남북은 6·15 및 10·4 정상선언의 이행 문제를 놓고 지난해 7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합의문 문구까지 놓고 마찰을 빚는 등 1년 내내 힘겨루기를 계속했다.
북측은 지난 10년간의 햇볕정책과 평화번영정책 등 이른바 화해협력정책을 이명박 정부가 계승해야 한다고 남측을 강하게 압박했다. 남측은 기존 대북정책을 그대로 계승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기본 원칙의 차이는 최근 남북간 군사적 긴장상태마저 고조시키고 있다.
정부는 22일 현 정부 출범 1주년 자료를 통해 지난 1년간의 남북관계를 “새로운 관계정립을 위한 조정기”라고 평가했다. 일방적이고 투명하지 못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어느 정도 진통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진영 경희대 교수도 23일 “북측이 남측의 정책 전환에 반발했고 정부는 북한의 압력에 순응하지 않은 것”이라며 “현재의 남북 갈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남북 냉각기가 2년 이상 길어질 경우 아무런 성과 없이 경색만 초래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과거 정부와는 다르게 출발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가 굉장히 강한 것 같다”면서 “돌발 변수가 없는 한 올해도 작년과 비슷하게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이 대통령의 신중치 못한 화법도 도마 위에 오른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개성공단 기숙사가 노사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고, 지난해 11월 미국을 방문해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통일하는 게 궁극의 목표”, 지난 12일에는 “하루 세 끼 밥 먹는 것을 걱정하는 사회주의”라고 발언해 북한의 반발을 자초했다.
외교 분야는 주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동북아 주변 4강과의 양자 외교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한·미관계는 지난해 쇠고기 수입 협상으로 인한 촛불시위로 잠시 소원해지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동맹관계를 성공적으로 복원했다는 평가다.
최근 방한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남북관계의 개선이 없는한 북·미관계 개선도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한국 정부의 우려를 깨끗이 씻어주기도 했다.
다만 자원외교를 비롯한 경제·통상외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성과가 미흡한 편이다. 정 교수는 “쇠고기 수입 협상이나 에너지 외교를 보면 위에서 강조를 하다 보니 준비 없이 서두른 느낌이 든다”면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 이념적인 차별화만 준비했지, 이슈별로 세밀하게 챙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안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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