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고환율”…한국기업 ‘역샌드위치’ 효과

“반갑다,고환율”…한국기업 ‘역샌드위치’ 효과

기사승인 2009-03-09 17:48:51

[쿠키 경제] 일본의 고품질 제품과 중국 덤핑 제품 사이에서 고전하던 한국 기업이 ‘역(逆) 샌드위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일본의 품질경쟁력과 중국의 가격경쟁력 사이에서 고전하던 국산제품이 경쟁력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원화가치 하락(환율상승) 덕택이다.

◇日·中 누르고 시장 공략 봇물=LS전선은 최근 베트남 1위 통신사업자인 비에텔과 3000만달러 규모의 광케이블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유럽·아시아 통신업체에 모두 6500만달러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2007년 비에텔과 10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지 2년 만에 3배 규모의 계약을 따낸 것이다.

LS전선은 특히 기술력을 앞세운 유럽업체와 저가 공세의 인도, 중국 업체를 따돌리고 계약을 따냈다. LS전선 관계자는 “기술력의 유럽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 사이에서 고전했지만 최근 고환율로 인한 역 샌드위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도 27년간의 구애 끝에 처음으로 지난 1월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강판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도요타는 일본 신일본제철과 수십년간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어왔지만 일본제품과 품질은 비슷하고 고환율로 가격이 저렴해진 포스코 제품을 선택했다.

국내 수출업체들의 수출 전략도 다변화됐다. 가격경쟁력이 확보되면서 융통성있고 탄력적인 수출전략이 가능해진 것이다. LG전자는 올해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전 지역에 대한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했다. 경쟁 상대인 유럽, 미국, 일본 업체들이 자국 화폐가치 상승으로 인해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노린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제품의 가격경쟁력은 물론 마케팅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비교우위에 서게 됐다”면서 “통계적으로 불황기에 브랜드 마케팅 투자를 늘려온 기업이 경기 회복시 성장률이 높은 점을 감안해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짰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도 잇딴 수출계약=지난 수년간 일본과 유럽업체들에 밀려 유럽진출에 난항을 겪어왔던 선박 엔진부품업체 세보엔지니어링은 지난해말 영국 선박업체로부터 수만달러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신기술 개발과 함께 엔고 및 원·달러, 원·유로화 환율 급등으로 인한 가격 메리트가 덤으로 작용하면서 이뤄낸 쾌거다.

이집트 카이로에 사진틀을 수출하려던 KCP는 한국산이라는 이유로 중국산 제품과 비교를 당했다. 제품질이 확연히 차이나는데도 황당할 만큼 가격을 깎아줄 것을 요구해와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해 고환율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바이어들은 유럽산보다 소재와 디자인이 우수하면서도 10% 이상 저렴한 가격을 제안하자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이 업체는 고급연회장용 사진틀 등 20피트 컨테이너 물량 2개분(4만달러 상당)의 납품 계약을 성사시켰다.

코트라는 지난해 이처럼 역 샌드위치 효과를 본 중소기업만 100여개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대기업은 물론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의 해외 수출도 당분간 활기를 띌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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