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보호주의 급속확산…한국도 예외 아니다

일자리 보호주의 급속확산…한국도 예외 아니다

기사승인 2009-03-17 21:29:02

[쿠키 경제] 세계 경제위기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추세가 일자리로 확산되고 있다. 기업 파산과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외국인 노동자 대신 자국민을 고용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장벽에 이어 고용장벽이 만들어지고 있다.

미국은 물론 이민친화 정책을 펴왔던 유럽과 호주 등에서도 일제히 자국민 보호 방안을 시행하고 나섰다. 우리 정부도 지난 1∼2월 외국인 신규 고용허가를 금지했다. 전세계적으로 ‘고용 보호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각국의 국수주의적 고용 정책에 대해 자국민 보호를 통한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명분과, 고용 보호주의에 의한 세계적인 노동·경제 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는 위기론이 부딪히고 있다.

17일 노동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과거 이민자들의 천국이었던 미국에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먼저 해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공화당 찰스 그래슬리 상원의원은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CEO)에게 정리해고시 취업비자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를 우선 해고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신규 채용시 외국인 경영학석사(MBA) 출신을 전격 배제키로 했다.

영국 등 서유럽에서는 노동자들이 나서서 외국인 노동자 추방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영국에서는 올 초 한 정유공장에서 이탈리아 및 포르투갈 노동자들에게 일자리가 돌아간 것을 계기로 동조 파업과 과격 시위가 벌어졌다. 호주 정부는 2009 회계연도의 숙련기술자 이민을 2008 회계연도의 13만3500명보다 14% 축소한 11만5000명만 받아들이기로 했다. 10년만에 처음으로 자국 노동자 보호조치를 취한 것이다.

개발도상국도 잇따라 폐쇄적인 고용정책을 내놓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올 들어 외국인의 노동허가증 발급을 70% 줄였다. 또 수개월 내에 4만5000명의 신규 실업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에 따라 지난 1월 제조업과 서비스업 분야의 외국인 노동자 신규 고용을 금지했다.

정부 차원에서 보조금을 줘가며 이주노동자의 본국행을 종용하는 국가도 있다. 체코는 고용되지 않은 이주노동자들에게 출국 비용 649달러와 편도 비행기표를 주고 있고, 스페인은 일자리를 잃은 이주노동자들이 최소 3년 동안 돌아오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고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1만40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고용 보호주의 색채가 강화되고 있다. 노동부는 사업장 변경 신청을 한 외국인 근로자가 지난 1월 4292명에서 지난달에는 5439명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사업장 변경 신청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가 해고를 당하거나 직장이 휴·폐업했을 경우 정부에 이직을 신청하는 것을 말한다. 이직을 신청한 뒤 재취업이 안 돼 출국한 외국인 노동자 수도 지난해 9월 154명, 10월 171명, 11월 213명에 이어 12월에는 299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고용쿼터 소진을 이유로 1,2월 신규 고용허가 발급을 제한하면서 지난해 7월 4751명을 기록한 외국인 노동자의 월별 입국자 수는 지난 1, 2월에는 각각 1512명과 1569명으로 급감했다. 정부는 조만간 고용허가 발급을 재개할 예정이지만 지난해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고용 보호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글로벌 사회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노동시장에서 낙오한 국가들이 속출하면서 국가간 경제력 차이가 극심해지는 한편 국가별 사회안전망이 붕괴될 가능성도 높다.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빠른 속도로 해체됐던 국가와 민족간 경계가 글로벌 경제 위기를 통해 다시 강화되고 있다”면서 “노동력의 국제이주가 활성화된 상황에서 자국민 보호주의가 강화되면 국가간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준구 맹경환 기자
eyes@kmib.co.kr
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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