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개성공단의 현대아산 직원 유모(44)씨가 북한 당국에 억류된 지 1일로 사흘째를 맞았지만 북한은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민간인을 볼모로 삼아 남북 관계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북한의 행태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아울러 아무런 해법도 내놓지 못하는 우리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 방식에 대한 질책도 나오고 있다.
유씨는 현재 개성공단 내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사무실에서 국가안전보위부나 인민보안성 관계자로 추정되는 북한 당국자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관리위나 현대아산 관계자의 접견 요청도 전면 거부하고 있고, 음식물이나 옷가지 전달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일 "북한 형법에도 변호인의 방조(도움)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적시돼 있다"면서 "북한이 피조사자의 기본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남북간 합의서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과거 이런 사건들은 간단한 형사 절차만 밟아 처리했는데 이번에는 북측이 정해진 절차대로 진행하는 것 같다"면서 "남북 당국간 채널이 끊겨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현재로서는 북한 당국의 선처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자국민이 북한에 억류되는 사태가 발생했지만 지난 3일 동안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통해 유씨의 신변 확인 요청과 함께 신변 안전에 관한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라는 메시지만 거듭 북한에 전달하고 있다. 남북이 2004년 체결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 제10조 3항에 '북측은 (남측) 인원이 조사를 받는 동안 그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한다'고 명문화돼 있는 만큼 피조사에 대한 접견권과 변호인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권리 등을 보장하라는 요구다.
이번 억류 사건은 남북 당국간 채널이 철저히 끊긴 상태에서 북측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지난달 17일 발생한 미국 여기자 억류사건은 현재 북·미간 외교 채널이 가동되고 있고, 1999년 6월 금강산에서 발생한 민영미씨 억류 사건도 북측과 현대아산 간 소통은 상대적으로 원활하게 이뤄졌다.
한 대북 전문가는 "개성공단과 같은 일부 남북 간 경협사업이라도 진행할 생각이 있었다면 정부가 최소한의 채널은 확보해야 했다"면서 "대책없이 강경한 대북정책만 고수하다가 번번이 당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북한 형법상 조사는 2개월까지도 가능해 유씨에 대한 북한 당국의 조사는 상당 기간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북한은 최대한 합법적으로 처리하는 형식을 빌리되 시간을 끌수록 협상 수단이 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안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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