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한 배경에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 무엇보다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가 중요하다.
2006년 핵실험을 통해 이미 4∼5개의 핵탄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할 경우 강력한 협상 수단을 확보하게 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을 확보해 알래스카와 하와이는 물론 미국의 서부 연안까지도 북한 핵 공격의 사정권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5일 "버락 오바마 미 정부와 통큰 '빅딜'을 해보겠다는 북한으로서는 발사 성공 시 협상의 파이가 커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까지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핵과 미사일 능력을 바탕으로 미국으로부터 체제 보장과 경제적 지원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4일 "2012년은 어길 수 없는 시한이고 최단기간에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최고 영도자의 의지"라면서 "위성 발사를 문제시하고 훼방을 놓았던 적대국과의 관계도 무조건 결산하려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장거리 로켓 발사의 성공한다면 이를 무기로 공세적인 대미외교를 펼치겠다는 의도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북한에 대해 '점잖은 무시(benign neglect)' 전략을 써온 오바마 정부로서는 북한의 뻔한 의도를 알지만 북한이 발사를 감행한 이상, 대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에 외교 정책의 주안점을 둬온 오바마 정부가 북한의 핵능력 및 미사일 기술의 확산을 방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는 대내 결속의 의미도 갖고 있다. 북한은 1998년 광명성 1호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오는 9일 예정돼 있는 제12기 최고인민회의 1차 전원회의를 나흘 앞둔 시점을 택해 마치 축포를 쏘듯 로켓을 발사했다. 최고인민회의 전원회의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재추대해 김정일 3기 체제의 출범을 대내외에 알릴 것으로 예상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고인민회의와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25일 군 창건기념일 등을 앞두고 인민들이 방송 등을 통해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일요일을 골라 로켓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평소 '선군정치'를 집중적으로 강조해온 김정일 체제로서는 대내 업적을 홍보하기 위한 이벤트로 장거리 로켓 발사만한 것도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제적으로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다면 이란과 같은 중동 국가에 대한 무기 판매 홍보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양 교수는 "북한의 로켓 발사는 국제적으로 신뢰성을 주게 돼 북한의 미사일 판매 수익금을 올리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안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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