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관객평가가 가장 궁금… 외신 호평은 신경 안써”

봉준호 “관객평가가 가장 궁금… 외신 호평은 신경 안써”

기사승인 2009-05-21 17:39:00
[쿠키 문화] 영화 ‘마더’로 제62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은 봉준호(40) 감독과 김혜자(68) 등 주연배우 3명이 칸에서 귀국해 지난 20일 밤 서울 용산CGV에서 국내 첫 언론 시사회 및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날 봉 감독은 “칸에서 불어와 영어 자막이 난무하는 가운데 영화를 보다가 이렇게 우리 관객과 만나서 보게 되니 기쁘다”면서도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김혜자 역시 “어떻게 보셨을까 가슴이 두근두근하다”며 “우리나라 관객이 제일 중요하니 좋은 말만 해 달라”고 주문했다.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가 ‘경쟁부문에 진출하기에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등 외신으로부터 호평 받은 것과 관련, 봉 감독은 “교사가 1등부터 10등까지 선정할 때, 뽑히지 않은 학생들은 다들 11등인 척하는 것처럼 외신들도 위로차 칭찬한 것 같다”며 “관객이 영화 자체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할 뿐 다른 것은 부차적인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더’는 살인자로 몰린 어수룩한 아들을 구하기 위한 엄마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봉 감독의 전작인 ‘살인의 추억’이 범죄 사건에 집중한 반면, ‘마더’는 범죄물과 드라마적 요소가 비슷한 비율로 수 놓인 영화다. 숭고한 이미지로 각인된 모성을 재해석한 영화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 애착과 집착으로, 다시 광기로 변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일을 하면서도 아들 도준(원빈)을 지켜보다가, 위험에 처하면 곧바로 달려나가는 엄마는 맹수처럼 날카롭고, 재빠르며, 사납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가시를 세우는 어미의 모습은 사회화되지 않은, 본능 그 자체다. 한 사람에 맹목적인 사랑은 그 깊이만큼 타인에 대한 적개심으로 기능한다.

봉 감독의 전작 ‘괴물’에서 외부의 도움 없이 가족들이 위험으로부터 서로를 구했듯, 이번 영화도 ‘사적 구제’라는 모티브는 여전히 작용한다. 무능한 경찰, 유능하지만 소시민에게는 그다지 도움되지 않는 사법기관 앞에서 엄마는 외딴 섬처럼 홀로 아들을 지킨다. 국가와 사회라는 매개체를 거치지 않은 개인의 복수와 응징은 주방용 비닐장갑을 낀 채 아들의 무죄를 입증할 증거물을 찾는 모성을 통해 애절하게 표현된다. 28일 개봉, 18세가.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
박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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