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성 앞에 무릎 꿇은 법률 프로그램…되레 선정 극대화

상업성 앞에 무릎 꿇은 법률 프로그램…되레 선정 극대화

기사승인 2009-05-22 17:05:01


[쿠키 문화] 최근 예능 프로그램이 잇따라 폐륜적이고 선정적인 범죄를 자세히 재연해 범죄를 상품화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범죄 예방과 정보 제공이라는 명분 하에 부부간 살해, 가족 감금은 물론이고 제작진이 의뢰인의 복수까지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안방극장에 쏟아지고 있다.

청소년보호시간대(평일 오후 1시∼10시, 주말 오전 10시∼오후 10시)에 방영하는 KBS 2TV ‘스펀지’는 지난 3월에만 잇따라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는 내용을 2회 방영했고, 살인을 저지르는 청소년 등 충격적인 범죄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반면 SBS ‘TV로펌 솔로몬’은 치정극 등 주로 선정적 사건에 집중했다. 재연극이 끝나면 이를 본 여성 패널들이 혀를 내두르며 반응하는 형식이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4월에만 친구의 애인을 세 명이나 빼앗아 파혼에 이르게 한 여자 등 기이한 불륜 행각을 3차례 방영했다. 또한 지난 2월에는 같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동서 사이 남성들이 맥주병을 서로 던지는 장면을 재연해 막장의 끝을 보여줬다.

지상파 TV와의 시청률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케이블 프로그램은 범죄 응징에 직접 나서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방영된 코미디 TV ‘신해철의 데미지’는 간통한 남편을 복수하려는 아내의 사연을 소개했다. 제작진과 아내가 불법 사채업자를 동원해 남편을 협박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은 이 프로그램은 연출된 것이었음에도 ‘재연 프로그램’ 표시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 지난 1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 조치를 받은 이 프로그램 외에 앨리스TV ‘범죄인간’, ETN ‘데스노트’, E채널 ‘주홍글씨’ 등도 범죄로 얼룩져 있다.

범죄 예방이라는 윤리적 그릇에 비윤리적 범죄를 담아낸 예능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것은 시청자들이 막장드라마와 함께 자극적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소비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문화평론가 김동식 인하대(국문학) 교수는 “정치적 좌절감, 사회적 불만이 해소되지 않은 탓에 문화적 극단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상식을 벗어난, 기이한 행동을 보며 즐기는 엽기 코드가 사회에 전염되고, 방송사가 이를 상업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영미문화) 교수는 “시청률 경쟁으로 인해 방송사들이 자체적으로 심의하고 자제하는 능력을 잃었다”며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핑계로 막장드라마보다 말초적인 내용을 방영하는 것을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

▶뭔데 그래◀'텐프로' 여대생의 TV 출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
박유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