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조와 조작, 부자연스러움의 ‘그 무엇’…동강국제사진제

변조와 조작, 부자연스러움의 ‘그 무엇’…동강국제사진제

기사승인 2009-07-08 19:31:00


[쿠키 문화] 한국, 프랑스, 독일, 중국, 미국 등 전세계 40명의 역사적 사진작가들의 작품 85점이 선을 보이는 동강국제사진제 ‘Masks展-가면을 쓴 사람들’이 오는 24일부터 시작된다. 이번 사진제는 사진의 현실을 재현하는 기록의 힘 너머에 존재하는 사진의 표현적·개념적·창조적 힘을 드러내며 그 다양한 조형적 실험을 엿볼 수 있는 전시로 평가되며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 1차적 현실의 기록

사진은 현실세계를 입증하고 기록하는 것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사진은 객관성의 산물이자 소위 사진술의 핵심인 기계적 사실주의의 결과물이다. 초창기의 사진들이 우리를 감동시키는 이유는 사진들이 꾸밈이 전혀 없는 솔직한 시선으로 세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진을 ‘자유롭고 때묻지 않은 눈’과 동일시 하고 카메라의 객관성을 존중하면서 세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사진, 현실 너머의 현실

하지만 이처럼 다소 순진무구한 사실주의는 하나의 관습일 뿐이며 예술은 단순한 현실 세계의 복제가 아니다. 동시대 예술가들의 작업은 이제 사진이 모호하게 감추고 있는 모든 것을 드러내고 파헤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가면은 허상이 되며, 그 뒤에는 교묘히 빠져나가려는 현실이 숨어있다. 이제 모든 기술적 트릭이 가능해지며, 이 트릭은 현실이 가진 진부하거나 추한 것을 숨기는 것에도 사용된다.

사진, 모범적 이미지의 연약함을 고발하다

이번 전시는 현실의 대상을 있는 그대로 모방하는 것을 넘어선 이후,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 사진가들의 다양한 조형적 실험을 엿볼 수 있는 전시이다. 프랑스, 미국, 독일, 중국, 한국 등 전세계의 40여명의 사진작가들이 고유의 사진술을 이용해 얼굴과 표정을 소재로 작업한 다양한 사진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들의 사진들 속에서 제시되는 얼굴이나 신체의 제스처는 일상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니다. 전시회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지들은 현실의 한 장면을 그대로 반영하는 ‘얼굴’이 아닌 ‘가면’을 쓰고 분장한 모델을 촬영하거나, 원본 사진에 조작을 가해 변형한 이미지들이다.

소꿉친구들을 변장시킨 후 카메라 앞에 세운 라르티크(Lartique), 미국 뉴올리언스의 집창촌을 돌아다니며 찍은 누드사진을 인위적으로 손상시킨 벨로크(Belloque), 심지어 성형수술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자신의 몸을 스스로 조형적 실험의 장으로 만든 오를랑(Orlan)은 얼마든지 변조가 가능한 가상적 이미지를 창조하는 것을 넘어서 진정한 리얼리티에 관해 그리고 여성 신체의 사회적·문화적 메타포에 관해 의문을 던진다.

이렇듯 이번 전시에서 선보일 사진의 속성은 있는 그대로의 진실의 반영이 아닌 현실 너머에 존재하는 허상이거나 환상의 이미지의 측면이다.

디지털 사진의 도래로 이미지의 조작이 훨씬 용이해졌다. 보이는 그대로의 것만을 이야기하는 이미지들은 이제 힘을 잃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조작이 드러내는 ‘그 무엇’이다. 아름다운 이미지들의 뒤에 감춰진 것은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감정인 경우가 많다. 모델의 너무나 완벽하고 고정된 얼굴은 이미지들의 상투적인 인위성을 강조하며, 이미지들의 연약함을 고발하기에 이른다.

‘가면을 쓴 인간들’의 작품들은 가면을 쓴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 뒤에 가려진 진실에 관한 주목을 요구한다. 과연 우리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마주치는 얼굴, 몸동작, 풍경들은 대상이 지닌 진실 그대로를 드러내주고 있는 것일까? 어디까지가 실제이고 어디까지가 조작된 현실인가?

만 레이, 다이안 아버스, 브라사이, 소피 칼, 윌리암 클라인, 신디 셔먼, 오를랑, 앤디 워홀, 조엘 피터 윗킨과 한국의 육명심, 구본창, 오형근 등이 함께하는 100년을 아우르는 이번 사진제는 9월 27일까지 계속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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