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목 받는 영어권 한국계 작가들

세계 주목 받는 영어권 한국계 작가들

기사승인 2009-07-10 17:02:01
[쿠키 문화] ‘순교자’의 소설가 김은국, ‘딕테’의 차학경, ‘네이티브 스피커’의 이창래…. 모두 영어로 작품을 발표해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은 한국계 작가들이다.

이들의 계보를 잇는 영어권 한국계 작가들의 활약상이 인천문화재단에서 펴내는 격월간 문화비평지 ‘플랫폼’ 최근호에 ‘디아스포라 작가들이 뜬다’라는 기획특집으로 집중 소개됐다.

우선 올 1월에 처녀작 ‘피아노 티처’를 출간해 미국과 홍콩에서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고 전 세계 23개국에 판권이 팔리며 단숨에 주목을 받은 제니스 리(37)를 꼽을 수 있다. 홍콩에서 태어난 한인 2세 제니스 리는 2차 세계 대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 ‘피아노 티처’를 통해 식민지 주민들의 의식과 감정을 냉정한 비판자적 시각으로 포착하고 있다. 음식, 냄새, 진득진득한 날씨 등 홍콩의 풍물을 이국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끈끈한 문장은 압권으로 평가받는다.

2007년 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작가 이민진(38)씨도 한인 1.5세대 재미교포다. 변호사 출신이기도 한 이씨는 작품 속에서 자신과 같은 한인 1.5세대가 겪는 정체성 갈등을 내밀하게 그리고 있는데, 출간 당시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기도 했다. 뉴욕의 세탁소에서 일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케이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작품은 주변인이 주류에 대해 느끼는 반감과 아메리탄 드림이 불가능한 꿈이라는 각성을 제시하고 있다.

스코틀랜드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알렉산더 지(42)도 비교적 일찌감치 미국 문단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2002년 펴낸 첫 장편 ‘에딘버러’가 ‘퍼플리셔즈 위클리’ 선정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소설에서 그는 자신과 동일한 가족적 배경을 가진 동성애자 애피어스 지를 등장시켜 성적 트라우마를 지닌 소수자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 간 문나미(41)는 지난 연말 출간한 첫 소설 ‘마일즈 프롬 노웨어’로 영어로 쓰인 전 세계 여성작가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 영국 오렌지상의 신인상 후보로 올랐다. 비록 아쉽게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그는 10대 소녀 준이 겪는 고난과 그 속에서 그녀가 느끼는 복잡다단한 감정들을 놀리우리만큼 깔끔한 문장으로 전달한다. 특히 문씨는 화장품 판매원과 웨이트리스, 형사 등 다양한 경험을 거쳐 소설가가 된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으로 해외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기도 했다.

1998년 펴낸 첫 소설 ‘외국인 학생’으로 이름을 알린 수잔 최(40)는 미국 언론재벌 허스트의 딸인 패티 허스트 납치 사건을 소재로 한 2004년작 ‘미국 여자’로 퓰리처상 최종 후보까지 올랐다. 한국계 아버지와 유대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수잔 최(40)는 가장 독특한 상황 속에서 미국인들의 본질을 파헤치는 문체로 유명하다. 지난해에는 테러범 시오도르 존 카진스키의 실화를 모티브로 소수인종에 대한 미국사회의 보이지 않는 편견을 그려낸 ‘요주의 인물’로 다시 한 번 호평을 받았다.

이들 작가는 이민 1세대들의 회고담이나 자서전적 글쓰기에서 머물지 않고 다문화사회에서 누구든 맞닥뜨릴 수 있는 보편적인 문제들로 폭넓은 독자층에 어필하고 있다. 특집을 준비한 정은귀 교수(인하대 영문과)는 “오랫동안 비평의 사각 지대에 놓여 있던 한국계 미국문학이 안팎에서 비평적 조명을 받게 된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라며 “한국계 미국문학이라고 묶을 수 있는 이들 작가는 온몸으로 ‘탈경계’를 살면서 성과 국가, 민족 등 여러 가지 다른 층위에서 이산의 안과 밖을 경험하고 그 경험이 체화된 글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의 작품이 국내에서 즉시 출간되지 못하는 느슨한 번역 시스템에 있다. 홍용희 교수(경희사이버대·국제한인문학회 총무)는 “우리 사회가 이미 다민족 문화로 접어든 마당에 문화의 다른 층위에 대한 관심과 문제의식을 좀 더 예리하게 키워나가야 한다”며 “번역의 우선권이 이들 영어권 한국계 작가들의 작품으로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철훈 기자
chjung@kmib.co.kr
정철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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