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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휴대전화에서 어느 순간 사라진 게 있다. 안테나다. 최신 휴대전화의 세련된 디자인은 흉물스러웠던 안테나가 사라지면서 가능해졌다. 휴대전화에서 안테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원가 상 1% 미만이지만 기술적으로는 30%를 차지한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EMW안테나는 휴대전화 안테나 분야에서 세계를 호령한다. 휴대전화 안테나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세계 최초로 내장형 DMB 안테나도 개발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스카이 등 국내 굴지의 업체는 물론 노키아, 파나소닉, 샤프 등 해외 업체들에도 납품했다. 생산직을 포함한 전 직원이 170명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매출은 327억원, 올해 매출은 580억원이 예상된다. 직원 1인당 3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셈이다.
덕분에 직원들은 연말 돈방석에 앉게 됐다. 류병훈 사장이 평균 급여의 400%를 성과급으로 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류 사장은 “지난 3년간 매출이 300억원대에서 멈춰 직원들을 많이 챙겨주지 못했다”면서 “잘 나갈 때 잘해줘야 한다. 올해 보너스를 지급하기 위해 지난해 말 급하게 보너스 지급 규정까지 만들었다”고 말했다.
류 사장이 직원들을 챙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올 한해 EMW안테나 제품의 불량률은 제로다. 100% 전수조사를 하기 때문이다. 일일이 제품을 챙긴 직원들을 챙기는 것이야말로 사장이 할 몫이라는 생각에서다.
이 같은 류 사장의 지론은 연구개발 분야에도 적용된다. EMW안테나 연구소에는 전체 직원의 절반에 가까운 70여명이 근무 중이다.
류 사장은 연구원들에게 학회지에 매년 논문을 발표하도록 독려하고 인사에도 반영한다. 이에 따라 연구소에서 매년 국내외 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수가 10여편에 이르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해외 학회지에 10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 발표 규모로는 휴대전화 업계에서 노키아 다음이라는 게 류 사장의 설명이다. 류 사장은 “연구원들이 자리만 지키고 앉아있는 것은 회사나 본인으로서도 손해”라고 말했다. 8년 전부터 점심시간마다 직원과 함께 탁구를 치기 시작한 것도 몸을 안 움직이는 연구원들을 운동시키기 위해서다. 류 사장은 “나이 마흔이면 연구원직에서 은퇴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회사 직원들은 더 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 사장은 외환위기로 기존 사업을 접은 뒤 1998년 아이디어 하나로 EMW안테나를 세웠다. 소개받은 한 대학원생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말했고 그 대학원생이 이를 구현해냈다. 바로 안테나 밴드(주파수 대역)를 3∼4배 넓히는 기술이다. 당시는 전 휴대전화 단말기 업계가 싱글 밴드 안테나를 사용했고 90% 이상이 해외 기술이었다. 이를 국산화해 특허를 받아낸 뒤 바로 창업했다. 당시 그 대학원생이 지금 EMW안테나의 성원모 연구소장이다.
대기업 못지않게 연구 개발에 투자하면서 EMW안테나는 12년 동안 적자 한번 없이 성장해왔다. 지식경제부 선정 신기술 보유기업, 우주 제조 기술 연구센터 지정, 세계 일류상품 인증 등 정부의 기술 인증도 줄을 이었다. 참여정부 시절 차세대 신성장 동력 육성 사업 중 하나에 참여해 정부로부터 65억원의 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올해는 단말기마다 맞춤형으로 제작해왔던 휴대전화 안테나의 표준화에 나섰다. 성공하면 주파수 대역별로 제품을 생산해놓으면 단말기 업체가 맞는 것을 가져다 쓰면 된다. 올해 말 LG에서 첫 표준화된 안테나가 적용된 제품이 나올 예정이다.
류 사장은 “오는 9월부터 전 세계에서 기술 설명회를 열 예정”이라며 “미국 애플사 등 글로벌 기업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에 표준화된 안테나를 공급하기 위해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한 작은 기업이 글로벌 공룡기업을 향해 발을 내밀었다. 결과는 미지수지만 척박한 국내 중소기업 토양을 무색하게 할만한 도전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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