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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짧게 자른 스포츠형 머리, 풀어헤친 작업복 상의, 거침없는 말투. 28일 만난 조뇌하(56) 포스코 광양제철소장(전무)에게선 30년 현장 냄새가 풀풀 묻어났다. 영락없는 ‘철강맨’이다.
광양제철소는 최근 연일 신기록 행진을 세우며 세계 철강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국내 최대 크기인 내부 용적 5500㎥ 규모의 4고로 개수에 성공, 단일 고로 최초 연산 500만t시대를 열었다. 더 큰 성과는 일일 쇳물 제조량(출선량)이다. 일본 러시아 독일 등에 내부 용적 5000㎥ 이상의 고로가 즐비하지만 이들은 고작 광양 3고로(4600㎥)의 일일 최대 출선량(1만4809t)도 따라오지 못한다. 특히 광양제철소 4고로 일일 평균 출선량은 1만4000t로 ‘세계 최대’다.
조 소장은 고로를 인체에 비유했다. 그는 “우리가 밥을 먹었다고 화장실 가는 시간이 같은 건 아니다”면서 “고로 역시 인체와 비슷해 누구도 생산량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료의 질, 공기 중의 습도, 고로의 온도 등 다양한 조건이 균형을 잡아야만 안정적인 쇳물 생산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일본 등 경쟁업체들이 더 큰 규모의 고로를 갖고 있으면서도 일일 출선량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도 이런 노하우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광양제철소의 성공조건으로 생산·효율성, 탄력성, 학습성과를 꼽았다. 탄력성이 뭔지 궁금했다. “고로 생산량이 항상 같지 않기 때문에 최대 생산량과 최소 생산량을 미리 예측해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른바 시나리오 경영이다. 그는 이를 “제철소 운영에 있어 일종의 진폭을 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글로벌 업계는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고로를 지어 생산량을 늘린다니, 의아했다. 조 소장은 “매출이 조금 줄었다고 납작 엎드리면 기업은 죽는 것”이라며 “4고로 역시 경기 상황에 대한 면밀한 검토 끝에 오히려 준공 시기를 앞당겼다”고 밝혔다. 그는 “예측이 정확해도 대응속도가 늦으면 헛방인데, 우리는 그런 면에서 어느 기업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4고로에는 일화가 있다. 원래 여름철 우기에는 고로에 처음 불을 넣는 화입(火入)을 하지 않지만 4고로는 이를 강행했다. 당연히 고로 내에는 습기가 많았고, 이들이 증발하면서 열량을 뺏고 압력이 발생하는 등 생산 차질이 우려됐다. 그러나 화입 후 첫 쇳물 생산까지 28∼30시간이 걸릴 것이란 예상을 깨고 정확히 24시간 만에 첫 쇳물이 쏟아져나왔다.
오죽하면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전화해 “어떻게 이렇게 (쇳물이) 빨리 나왔냐. 너희 너무 서두르지 말고 조심해라”라고 말했을 정도다. 덕분에 6일은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정상 조업도 화입 이후 3일 만에 가능했다. 일본의 경우 고로 완성 후 빨라야 1주일, 보통 12일이 걸려야 정상 조업에 도달한다.
조 소장은 직원들의 학습 열기를 이 같은 성공의 한 배경으로 꼽았다. 광양제철소 내 학습 그룹은 모두 194개. 직원 1인당 평균 3개 그룹에 가입해 전체 가입인원 수는 1만7990명, 참여율은 전체 직원 5961명의 70%에 달한다. 물리, 열역학 등 자신이 담당한 업무와 관련된 학습 그룹에 앞다퉈 참여하고 있다. ‘실력이 경쟁력’이라는 조 소장의 철학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조 소장은 “1등 하려면 공부해야 한다. 실력이 곧 경쟁력이고 그 시작은 공부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정확히 해석, 이해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는 합리적인 사고를 갖추면 모든 게 다 선순환으로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를 각각 차별화하고 있다. 포항제철소는 신기술 개발, 광양제철소는 소품종 대량생산체제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조 소장은 “쇳물을 뽑아내는 제선과정이 가격 경쟁력을 가져야만 전체 상품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면서 “그래서 고로가 중요하고, 광양제철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광양=국민일보 쿠키뉴스 글·사진 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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