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김정일, 무슨 이야기 나눴나

현정은-김정일, 무슨 이야기 나눴나

기사승인 2009-08-16 22:30:00
"
[쿠키 정치] 16일 열린 현정은-김정일 회동의 핵심 의제는 금강산 및 개성관광 재개 여부와 개성공단 토지사용 료 인상 등 크게 3가지다. 현대 입장에서 대북 경협 사업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

우선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인데다 그룹의 상징적 사업이다. 북한으로서는 현대그룹이 '달러 박스'다. 지난해 개성관광으로 1200만달러, 금강산 관광으로 1800만달러를 벌어들였는데 이를 마냥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지난 6월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안 1874호를 결의, 국제적인 견제가 심해지면서 북한의 달러 부족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따라서 양측의 이해관계는 맞닿아 있다.



문제는 우리 정부다. 개성관광은 북한이, 금강산 관광은 우리 정부가 키를 쥐고 있다. 현대로서는 남북 화해라는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당위성은 확보하고 있지만 권한이 없는 것이다. 정부가 확실한 대북 화해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 이상 현 회장으로서는 북측에 확답을 할 처지가 아닌 것이다. 때문에 구체적 결론은 내리지 못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우리 정부는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유성진씨의 석방과 경협 문제는 패키지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또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려면 '명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북측의 사과 또는 재발방지 약속, 고 박왕자씨 피살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 등을 의미한다. 이날 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현 회장에게 구체적인 확약보다는 큰 틀의 '협조' 의사를 표했을 가능성이 높다. 현 회장 역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당근책을 꺼내놓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위원장을 만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논의했는지 현 회장이 내려와 봐야 알 수가 있다. 다만 두 사람이 만났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 아니냐"라고 말했다.

개성관광 재개 부분은 논의됐을 가능성이 높지만 금강산 관광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이 역시 구체적 합의를 이끌어 내긴 힘들어 보인다. 우리 쪽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확답을 해 주지 않은 상황에서 북측이 개성관광을 재개한다는 입장을 먼저 밝히기는 쉽지 않다. 한 대북 소식통은 "남측이 금강산 관광 문제를 풀지 않은 한 북측도 개성공단 문제를 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이 요구했던 개성공단의 토지임대료 및 근로자 임금 인상 문제도 전반적으로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이 개발사업자인 만큼 3통(통행·통관·통신보장) 제한 조치를 비롯한 실무적 논의부터 포괄적인 해결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됐을 있다.

특히 북측이 기존의 요구를 완화한 제안을 해 올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다만 우리 정부가 현 회장에게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는 점이 한계다. 현 회장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합의에 이를 만한 결론을 이끌어 내지는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실제로 현-김 회동을 보도한 북한 조선중앙방송도 '경협'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렇더라도 일정 부분 정부 메신저 역할을 한 현 회장이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을 할 수 있다는 정부 방침을 전달했을 수 있고, 북측 역시 현 회장을 통해 우리 정부에 자신들의 '뜻'을 전했을 가능성이 있다. 만일 양측의 뜻이 서로 합리적 수준에서 수용할 수 있을 경우 현-김 회동은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불씨가 될 가능성은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안의근 기자
eyes@kmib.co.kr
안의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