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실장이 누구인지,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지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현대 측은 ‘비서역’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그룹 측이 처한 상황, 현 회장의 임무 등을 종합해 볼 때 단순히 비서역이라고 보긴 힘들어 보인다.
당시 현 회장의 방북 일행은 단 3명으로 단출했다. 현 회장 모녀를 제외하면 실무 직원은 최 실장뿐이었다. 통상 임원이 담당하던 방북 수행의 중책을 실무 부장급에게 맡긴 것은 다소 의외였다. 현 회장을 축으로 정 전무가 정책참모 역할을 했다면 최 실장은 지근거리에서 실무 차원의 지원 사격을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 회장의 남편인 고(故) 정몽헌 회장이 최 실장을 각별히 아낀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1998년 현대전자 법무실 직원이었던 최 실장을 직접 현대아산으로 데려와 금강산관광 사업기획부에서 일하게 했다고 한다. 금강산관광 사업 초기부터 실무적으로 관여한 그는 국내 손꼽히는 대북 실무 전문가다. 약 300차례 방북했고, 대북 관광 사업과 관련된 거의 모든 계약에 실무자로 참여했다. 북측 인맥이 넓고 금강산을 비롯한 대북 관광 사업 내용에도 해박하다.
특히 이번 일정은 역대 현대그룹 방북 가운데 가장 급박하고 까다로웠다. 북측은 현 회장 모녀와 실무 보좌진만 올라오라고 통보했다. 현대그룹은 현 회장의 비서진을 비롯해 실무 과장급 등 복수의 후보자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결국 현대 측이 고심 끝에 꺼낸 카드가 최 실장이었다. 한 대북 전문가는 “현대로서는 대북 사업을 접느냐 마느냐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면서 “현지에서 협의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어 사업 자체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실 현대아산은 2005년 김윤규 전 사장을 해고하면서부터 북측과의 관계가 틀어졌었다. 후임인 윤만준 전 사장은 취임 뒤 5개월간이나 방북이 거부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방북에서 회장 일가를 제외하고는 임원급을 대동하기가 조심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 파악 능력이 뛰어나되 눈에 띄지 않게 그림자 보좌할 만한 사람으로 최 실장이 낙점된 것도 이 같은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일행이 3명에 불과해 임원이 갈 경우 현 회장 모녀를 편하게 수행하기 어려운 점도 고려됐다.
최 실장은 경북 경주고, 서울대 법대(85학번)를 거쳐 ‘현대맨’이 됐다. 조직 내부에서도 실무 능력을 갖춘 중간관리자로 인정받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아산에서 북한에 제일 많이 다녀온 실무자”라며 “현 회장 모녀가 주요 현안을 들고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제반 자료를 준비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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