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최고의 파트너”…시각 장애 피아니스트와 안내견의 특별한 동행

“우리는 최고의 파트너”…시각 장애 피아니스트와 안내견의 특별한 동행

기사승인 2009-08-28 22:52:00


[쿠키 경제] 언제나 걷던 길이었다. 부딪힐까, 넘어질까 노심초사하며 시각장애인용 흰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다녔다. 그러다 시각 장애인 안내견 '창조'가 처음 김예지(28·여)씨에게 선물처럼 안겼다. 창조와 함께 나섰던 그날, 김씨는 그 길 중간에 레코드 가게가 있으며 그곳에서 항상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음을 처음 깨달았다.

지팡이를 짚고 다니면 온 신경이 지팡이 끝에 집중될 수밖에 없어요. 창조는 제 스스로 독립된 인생을 살게 해 준 고마운 삶의 동반자였습니다."

2007년 은퇴한 창조를 떠나보낸 시각 장애인 피아니스트 김씨는 볼티모어의 피바디 음대에서 석사학위 및 전문 연주자 과정을 밟기 위해 홀로 미국으로 떠났다. 생면부지의 땅에서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사는 삶은 고됐다. 그러던 중 석사 학위 취득을 앞둔 지난달 한국에서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그것이 두 살배기 새로운 안내견 '찬미'와의 첫 만남이었다. 이들은 한 달 동안 동고동락한 뒤 28일 미국 유학길에 함께 올랐다. 안내견이 장기 유학에 동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들의 현지 적응을 돕기 위해 삼성화재에서 한 달간 파견한 훈련사가 함께했다.

출국을 1시간여 앞두고 인천공항에서 만난 김씨는 발 밑에 가지런히 앉은 찬미를 쉴 새 없이 쓰다듬고, 안아본다. "찬미는 제 도전을 매일 24시간 꼬박 지켜봐줄 유일한 친구입니다. 너무 든든해요." 한 걸음 다가가자 찬미가 쓰윽 일어나더니 눈을 마주쳤다. "인사하는 거예요. 우리 찬미 착하죠?" 김씨는 눈에 광경이 그려지는 듯 말하며 웃었다.

찬미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김씨의 품에 안겼다. 안내견이 주인과 뜻이 맞지 않으면 명령을 잘 듣지 않아 사고 위험이 높다. 그러나 찬미와 김씨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하나가 됐다. 집에서 연습하는 김씨의 피아노 소리가 거슬릴 만도 하건만 찬미는 그 옆에 앉아 잘도 잠을 잔다.

김씨는 두 살 때 시력을 잃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피아노를 통해 세상과 소통했다. 장애인 특별전형을 거부하고 일반 전형으로 2000년 숙명여대 음대에 입학했다. 일본에서 점자 악보를 구해다가 악바리처럼 연습했다. 2004년에는 졸업과 함께 명예 대통령상인 '21세기를 이끌 우수 인재상'을 받았다. 한국음악학회주최 학생 장학 콩쿠르에 입상하는 등 주요 콩쿠르 수상 경력도 5차례나 된다. 김씨는 "사랑과 희망을 전하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없애는 데 일조하고 싶어 노력하고 있어요. 저도
다른 곳에 쓰여질 수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연주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찬미가 13시간 장거리 비행을 견디도록 탑승훈련을 시켰다. 인천공항=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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