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하는 벤처 신화…대기업 흉내내다가 발목 잡혀

몰락하는 벤처 신화…대기업 흉내내다가 발목 잡혀

기사승인 2009-08-31 17:58:01
[쿠키 경제] DJ 정부의 정책적 지원 아래 들불처럼 일어났던 벤처기업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무리한 대기업 흉내내기와 시장 변화를 예측하지 못하는 근시안적 경영이 발목을 잡았다. 다음달 4일 상장 폐지를 앞둔 벤처 거품의 상징 골드뱅크가 대표적이다.

한국거래소는 31일 ‘블루멈’으로 이름을 바꾼 골드뱅크가 다음달 4일 상장 폐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2회 연속 50% 이상 자본잠식 발생, 반기 보고서에 감사인 ‘의견 거절’ 등이 폐지 사유다. 이에 따라 1997년 인포뱅크라는 이름으로 설립, 98년 코스닥에 상장됐던 골드뱅크의 성공 스토리도 막을 내리게됐다.

골드뱅크는 ‘인터넷 광고를 보면 돈을 준다’는 파격적인 사업 구조로 벤처 시장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99년 16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상장 첫날 800원이었던 주가가 1년 만에 3만70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알맹이’는 없고 ‘구호’만 있는 기업의 한계는 거기까지였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주가는 99년 말 1만1000원, 2000년 말에는 900원까지 추락했다. 2002년 코리아텐더를 거쳐 그랜드포트, 룩소네이트, 블루멈 등 이름만 바꾸고 최대 주주만 바뀌는 행태가 이어졌다. 설립자 김진호 전 대표는 횡령 등 혐의로 사법처리됐다. 결국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와 기술없는 아이디어의 한계가 겹치면서 11년 만에 벤처 신화가 막을 내리게 됐다.

‘슬림폰’으로 세계를 호령했던 휴대전화 제조업체 VK모바일에게도 몰락은 한순간이었다. 2004년 매출액 3839억원을 기록했던 VK모바일은 그 해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했다가 품질 수준 하락으로 위기를 겪었다. 클레임이 이어지면서 시장에서 신뢰도가 하락했고 2006년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91년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벤처 1세대 이철상 전 대표는 횡령 등 혐의로 지난 1월 구속됐다. 인터넷전화사업으로 99년 말 4000원에서 2000년 2월 30만8000원까지 무려 75배 이상 급등했던 새롬기술은 투자회사 솔본에 인수됐다.

최근 코스닥에서도 ‘알짜’로 평가받았던 기업들이 줄줄이 퇴출되고 있다. 금융자동화 설비 업체였던 코아정보(6월), 휴대전화 벨소리 다운로드 등으로 주목받았던 야호(5월), 여성 의류업체였던 오브제(지난해 4월), 정보통신 기기 제조업체인 우영(지난해 3월) 등이 날개를 접었다.

한국거래소 박응갑 코스닥 상장심사팀장은 “우리는 물론 미국에서도 벤처 수명을 5∼10년으로 보는 이유는 이들이 시장 변화를 감당하기 어려워하기 때문”이라며 “한 기술로 인정받더라도 그 다음 기술의 속도나 방향성을 따라잡지 못해 몰락하는 기업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벤처들은 분명한 기술 경쟁력을 가지기 보다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통해 대기업을 흉내내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술력이 탄탄한 기업이라면 중간에 사업적으로 위기가 닥치더라도 이를 이겨내고 갈 수 있는 힘이 있음을 알아야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준구 조민영 기자
eyes@kmib.co.kr
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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