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북한이 황강댐 물 4000만t을 긴급히 방류해 인명사고를 일으키자, 이것이 북한 정권의 고의적 판단에 의한 수공(水攻)인지 아니면 북한 인민군 일선 군부대의 고의 또는 실수에 의한 소행인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일단 북한 정권의 핵심부에서 고의적으로 수공을 계획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북측은 남북관계에서만큼은 개성공단 억류 근로자 석방과 연안호 선원 석방,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특사조문단 파견 등 일방적인 '평화 공세'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6일 "북한이 의도적으로 많은 물을 방류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면서 "하지만 피해를 예상치 못하고 관성적으로 물을 방류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실제로 9∼10월쯤 하계 홍수철이 지나면 물을 방류해 댐의 수위를 조절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인민군 일선 군부대에서 고의 또는 실수로 방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북 소식통은 "황강댐은 비무장지대(DMZ)에 인접한 군사지역"이라면서 "수문 관리를 군부에서 맡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북측은 부주의한 물 관리로 여러 차례 남측에 피해를 가져왔다.
2005년 9월에는 임진강에서 물을 무단 방류해 일부 어민들에게 피해를 끼친 적이 있다. 당시 남측은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장 명의로 전통문을 북측에 보내 유감을 표명하면서 동시에 재발방지 조치를 촉구했지만, 북측은 "임진강 상류에 있는 댐들은 모두 '무넘이 언제(물이 차면 자연방류되는 댐)들'이므로 이번 건은 폭우에 의한 자연적인 방류에 기인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2002년 1월에도 예고 없이 북한강 물 3억5000만t을 남측 평화의댐으로 방류했었다. 결국 군부에서 하류인 남측의 사정을 면밀히 검토치 않고 관성적으로 방류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다만 황강댐이 2007년부터 담수에 들어가 현재 담수율이 95%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댐의 구조에 균열이 일어나는 등 방류의 요인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 올해 여름 홍수철에 처음으로 만수위에 가까운 물을 채웠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 시나리오의 가능성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직까지 예성강과 연결되는 수로가 완공되지 않아 북측이 황강댐 물을 급하게 임진강 하류로 방류했을 수도 있다. 유역변경식 발전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황해도의 평야 지대로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건설된 황강댐은 약 4㎞의 인공수로로 예성강과 연결할 계획이다.
물론 이 경우도 북측이 황강댐의 방류량을 조절하면서 왜 점진적으로 수위를 조절하지 않았느냐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게 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안의근 박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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