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톡톡] ‘죽음의 냄새’가 인류가 개발한 그 어떤 방충제보다 훨씬 더 강력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맥마스터대학의 생물학자 데이비드 롤로 박사 연구팀은 바퀴벌레의 사회행동을 연구하다 이 같은 연구결과를 얻었다고 과학전문 웹사이트 ‘위어드비전’이 14일 보도했다.
롤로 박사팀에 따르면 바퀴벌레나 나비의 유충 등 곤충의 사체마다 특정한 냄새를 뿜어내는 지방산이 생성되는데 어떤 벌레도 이 불길한 냄새를 맡으면 쏜살같이 도망치게 된다.
애초 바퀴벌레가 동료 바퀴벌레를 어떤 방식으로 불러모으는지 연구하던 롤로 박사는 우연히 죽은 바퀴벌레 사체에서 얻은 체액을 다른 바퀴벌레에 뿌렸다가 이 같은 발견을 했다.
곤충들이 ‘죽음의 냄새’를 피하는 현상은 바퀴벌레 외에도 개미나 나비 유충, 흰개미, 쥐며느리 등에서도 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곤충들은 종류가 다른 곤충이나 갑각류의 사체에서 나는 냄새를 꺼린다는 것이다.
특히 갑각류인 쥐며느리의 경우에도 바퀴벌레 사체에서와 비슷한 지방산이 방출됐는데 연구팀은 곤충과 갑각류의 경우 4억년 전 나뉘어져 발달한 점으로 미뤄 ‘죽음의 냄새’가 태고부터 내려져온 보편적 경계신호일 것으로 분석했다.
롤로 박사는 이 현상에 대해 “다른 벌레의 죽음을 인식하고 미리 피해서 병에 걸릴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본능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죽음의 냄새’를 이용하면 방충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곤충 사체에서 얻은 체액을 통나무에 묻히고 숲속에 한 달간 방치했는데도 투구벌레는 단 한 마리도 접근하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곤층들의 사체에서 나는 ‘죽음의 냄새’를 사람이 맡을 수는 없다. 롤로 박사는 “인간 시신이 썪는 냄새를 사람이 맡을 수는 있지만 곤충 사체에서 나는 냄새는 사람의 코가 인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롤로 박사팀의 획기적인 발견은 생물학 전문 학술지 ‘진화생물학(Evolutionary Biology)’ 9월호에 실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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