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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 행사가 시작된 29일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남측 이산가족 432명은 육로로 방북해 북측 상봉단 99명과 만났다.
2차 행사의 최고령자인 올해 만 100세의 김유중(경기 파주시) 할머니는 북측의 셋째딸 이혜경(75)씨의 얼굴을 말 없이 비비며 울먹였다. 혜경씨는 "엄마 울지 마세요"라며 눈물을 닦아줬다. 김 할머니는 58년 전인 1951년 경기여고 1학년이던 혜경씨와 헤어졌다.
부부 이산가족인 남측 아내 장정교(82)씨도 북측 남편 노준현(81)씨를 59년 만에 다시 만났다.
장씨는 "오늘 오나, 내일 오나 기다리다가 내가 시부모님도 다 모시고, 잘 모셨다고 상장까지 받았어요"라고 노씨에게 소식을 전했다. 노씨는 "시부모도 다 모셔주고 내가…"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노씨는 북쪽에서 다시 결혼해 2남5녀를 두었다는 소식을 미안한 표정으로 전하기도 했다.
국군포로 출신인 북측 상봉단 3명과 남측 가족 간의 극적인 만남도 이뤄졌다.
1950년 8월 동네 청년 10여명과 국군으로 징집돼 육군 ○○사단에 배치된 석영순(78)씨는 남측 동생 태순(74), 창순(65)씨를 만났다. 동생 태순씨는 "○○사단은 6·25때 팔공산 전투에서 전멸당하듯 했다고 들었다"면서 "1997년 육군본부에 위패 신청을 해서 국립묘지에도 봉안했고 제사도 지냈다"고 말했다. 영순씨는 동생의 얘기를 듣고 "살아있는 사람을 보고 제사를 지내면 되나"라며 크게 웃었다.
8사단 민간 보급대 출신인 박춘식(85)씨도 남측 아들 삼학(67), 이학(64)씨와 상봉했다. 박씨는 남측 아들 삼학씨에게 북에서 새로 결혼해 낳은 5남매의 사진을 보여줬고, 삼학씨는 "아버지와 연세가 같으신 동네 어른들은 다 돌아가셨는데 아버지가 북쪽에 살아계신다는 것만으로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고 울먹였다.
1·4후퇴 때 서울 신당동 집에서 아버지를 대신해 국군에 징집됐던 이윤영(74)씨는 남측의 동생 찬영(71), 대영(67), 진영(65)씨와 재회했다.
찬영씨는 "동생들이 전부 어려 피난은 가야 하는 상황에서 징집 대상이 된 아버지 대신 국군으로 나갔다가 소식이 끊겼다"고 말했다. 윤영씨는 북한군 훈장 11개를 들고 나와 "북에 정착한 뒤 열심히 일해 국가로부터 인정받았다"며 동생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뜬눈으로 며칠을 지새워 상봉장에 나갔지만 엉뚱한 사람이 나온 것을 확인하고 허탈하게 돌아선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남측 형제 이종학(77)씨와 종수(74)씨는 북측에 떨어져 지낸 형님 종성씨를 만나러 갔지만 나온 사람은 그들의 형님이 아니었다. 종수씨는 "상봉장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데 멀리서 보니까 형님이 아니더라"며 "몇 분 간 얘기를 해봐도 우리 형님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북측에서 나온 동명이인(同名異人)의 이종성(77)씨 역시 허탈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30일 개별상봉과 야외 상봉을 하며, 다음달 1일 오전 작별상봉을 끝으로 다시 기약없는 이별을 하게 된다. 금강산=공동취재단, 국민일보 쿠키뉴스 안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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