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경 “좋은 이별해야 건강”…“루저보다 데이트 발언 더 문제”

김형경 “좋은 이별해야 건강”…“루저보다 데이트 발언 더 문제”

기사승인 2009-11-29 17:05:01

[쿠키 문화] 사귀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 이별이라고 한다. 그만큼 우리들은 이별에 대해 서투르다. 민요 아리랑의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가서 발병난다”라는 식의 원망이나 터무니 없는 상대방에 대한 미화가 이별후 반응의 주류를 이룬다. 사랑은 사랑으로 치유해야 한다며 금방 다른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즉흥적 반응으로 인해 혼돈스런 이별에 대한 사색과 현명한 승화를 찾아보기가 어려운때다. 지난 25일 만난 작가 김형경(사진)은 “이별을 잘 해야 건강한 삶을 살수 있다”고 했다.

김형경씨는 ‘사람 풍경’, ‘천 개의 공감’에 이어 최근 애도 심리 에세이 ‘좋은 이별’을 발간해 많은 관심을 얻고 있다.

-‘좋은 이별’에 대해 한 마디로 정의하신다면?

‘잘 이별하는 방법’에 대한 책이다. 잘 이별하는 것이란 이별 후에 우리가 느끼는 혼돈스럽고 혼란스럽고 부정적인 감정을 잘 처리하는 것이다. 이별을 잘 처리하고 치유한다면 우리를 새롭고, 한 단계 더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는 잘 이별함으로써 건강해 지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 김형경이 말하는 이별이란?

이별은 우리 삶의 연속이다. 내가 말하는 이별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포함하여,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갈 때 초등학교와의 이별, 20대 30대 때의 젊음을 떠나보내는 것, 다니던 직장을 떠나는 것, 이루고자 했던 꿈을 이룬 것, 이루지 못한 꿈을 떠나보내는 것, 소중히 여기던 물건을 상실하는 것, 키우던 동물이 죽는 것 등 모든 것이 포함된다. 그렇기에 우리의 삶을 이별의 연속이라고 했다. 우리는 수많은 이별들을 잘 치유하고 애도하여 건강한 삶, 한 단계 발전한 삶을 살아야 한다.

- ‘좋은 이별’은 단순히 이별하는 방법에 대해서 늘어놓은 책이 아닌 것 같다.

통념적으로 해석되고 조명돼왔던 소설, 논문, 유명인을 정신분석학을 근거로 하여 재해석해봤다.

예를 들어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에서 우리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서만 이야기 해왔지만 주인공 뫼르소의 행동과 말을 탐구해보면 그의 부조리는 애도의 과정이 잘못되어 나타난 결과였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경우 난독증이 있어 지금도 신문을 읽지 않는다. 아내와 24시간 이상 떨어져 지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한 이유는 그가 어렸을 적 잃은 여동생에 대한 상실감과 슬픔을 잘 치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시의 부모는 딸이 죽었지만 그 다음날 골프를 치러 나갔고, 부시에게 여동생의 죽음을 설명해 주지 않았다. 부시에게는 슬픔을 털어놓을 대상도 장소도 없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발달 장애를 갖고 있다.


- ‘좋은 이별’과 같은 애도 에세이를 쓰게 된 이유는?

내가 20대 때 이별에 서투른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책에서 말한 것과 같이 주변인들 역시 잘 이별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들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 하는 방식으로 이별에 대해 반응했다. 하지만 나는 후유증이 컸다. 모든 것에 흥미를 잃어버리고 무기력한 마음이 한 3년 쯤 지속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별의 후유증을 느끼며 이별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고, 궁금해졌다. 내가 알고 있는 애도하는 방법, 이별을 치유하는 방법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기 때문에 에세이를 쓰게 되었다.

- 우리는 이별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그렇다. 우리는 이별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따라서 이별을 맞이한 사람들은 술을 먹거나, 여행을 가거나 어떤 한 가지에 몰두하는 경향을 보인다. 문제는 이 모습이 계속 되어 중독의 모습을 띄게 된다면 이것은 잘못된 치유방법, 애도의 과정이라는 점이다.

상실감과 이별을 잘 치유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은 우리 역사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상처가 많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일제 식민지 시대 때, 우리는 영토뿐만 아니라 우리의 말과 글, 가족까지 잃어버렸다. 식민지 때의 상처를 치유하기도 전에 한국전쟁이 발생했다. 한국 전쟁으로 우리는 모든 것을 잃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식민지를 겪고,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이야기 된 적이 없다. 반면 유럽의 경우 1,2차 세계대전을 거처면서 학자들과 사회가 끊임없이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분석하고 논의하며 전쟁에 따른 심리적 아픔을 해결해왔다.

우리 역사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채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 예가 사람들이 점점 거칠어져가는 것, 도덕적으로 비리가 많아지고 범죄 발생률이 증가하는 것이다. 불안하고 불만스럽고 불편한 현대인들의 내면 문제가 과거로부터 세습돼 이렇게 표출되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2000년 이후 자신의 문제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회와 많은 사람들이 심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이런 모습은 건강한 한국 사회를 이룰 수 있다는 청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 2009년은 김수환 추기경과 전직 두 대통령이 서거하고 유명 연예인들의 사망과 자살 소식이 이어지는 등 상실감 가득한 한해였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고, 아직도 슬퍼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어떤 말씀을 해주고 싶으신가?

충분히 슬퍼하고 그 슬픔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떠난 이를 기억하고, 그들이 남기고간 가치에 대해 잊지 않는 것이 우리들이 잘 애도하는 방식이다.

- 요즘 ‘루저녀’ 발언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루저녀 보다도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이 “내가 그 남자를 위해 치장하고 꾸미고 왔으니 남자가 데이트 비용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여성의 성을 남자가 지불하는 데이트 비용(밥, 커피, 영화 등등)과 바꾸는 것이다. 또한 너를 위해 치장을 하고 나왔다는 말은 내가 주체가 아닌 네가 주체가 되는 것이다. 나 자신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을 기울이는 여성들의 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남자들도 부모님께 용돈을 타서 쓰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용돈을 버는 학생이다. 따라서 데이트 비용은 같이 내거나 한번은 내가, 다음번엔 네가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된다.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기대려 하는 것은 유아적인 모습이다.

- ‘좋은 이별’이 마지막 에세이라고 하셨는데, 앞으로의 작품 활동 방향은?

앞으로는 소설을 쓰는 것에 집중할 것이다. 나는 소설가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소재와 글감을 얻기 위해 많이 돌아다니며 보고 작품을 구상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1년에 한 권의 책을 쓰자고 항상 생각하는데, 맑은 정신이 있을 때까지 글을 쓰고 싶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인턴 최은화 기자 eunhwa730@hotmail.com,사진=김영욱 사진작가

(인턴제휴 아나운서 아카데미 '아나레슨' http://www.analesson.com)
고세욱 기자
eunhwa730@hotmail.com
고세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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