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섬뜩한 진실

독일 여성 안나 마리아 츠반지거(1760∼1811)에게는 특이점이 없었다. 다소 예쁘지 않고, 날씬하지 않으며,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만 빼면 평범한 가정부였다. 그런 그녀가 1811년 단두대에 섰다. 안나가 처형되기 전 마지막 남긴 말은 이것이었다. “내가 죽는 것이 이 사회를 위해선 어쩌면 더 잘된 일인지 모르죠.”

그녀는 살인자였다. 안나는 독일 바바리아주에서 1801년부터 8년간 유명 판사들의 가정부로 일했다. 신기하게도 그녀가 일하는 집마다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첫 번째 고용주 그라젤 판사의 아내가 급사했고, 그라젤 판사 또한 복통에 시달렸다. 안나는 해고됐다. 그래도 곧장 다른 판사들의 가정부로 취직했다. 안나는 성실했고 간호 지식이 뛰어나 고용주들의 신뢰를 얻었다. 꼬리는 네 번째 살인사건에서 밟혔다. 안나를 의심한 고용주가 음식물 성분 분석을 의뢰했고 그 결과 독극물이 검출됐다. 체포된 안나는 증거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증거는 무덤에 있었다. 첫 번째 고용주인 그라젤 부인의 시신이 무덤에서 파헤쳐졌다. 법의학자들은 그라젤 부인의 위를 잘라내 펄펄 끓는 뜨거운 물에 넣어 비소를 검출했다. 1809년 안나가 체포되기 불과 3년 전에
밸런타인 로즈 박사가 고안한 이 방법을 이용하면 열분해로 유리(遊離)된 비소가 유리의 겉면에 갈색이나 흑색의 부착물을 형성했다. 안나는 소금통에 숨긴 비소를 홍차나 음식물에 섞어 사람을 죽였다.

안나에게는 돈, 치정 등의 특정 살해 동기가 없었다. 알코올 중독자 변호사와 결혼하면서 생활고에 시달린 안나는 남편 대신 고용주인 판사와 결혼하는 혼자만의 환상에 사로잡혔다. 처음에는 판사의 아내가 살인 대상이었지만 이후에는 무차별적으로 확대돼 아기까지 죽였다. 안나는 독살과 일련의 미수 사건을 모두 고백하며 “독은 진정한 친구”라고 중얼거렸다.

과학자와 살인자

살인자 안나가 사용한 비소를 비롯해 스트리크닌, 시안화물, 탈륨 등 수많은 독극물들은 왜 살인 도구로 인기가 높을까? 자연사를 가장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독살은 고대부터 계속돼 왔지만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급증했다. 비소가 어린아이에게도 팔릴 정도로 규제는 느슨했고, 검출 기법은 정교하지 않았다. 쥐처럼 작은 동물을 죽이는 데나 유리공예, 염색 벽지용 인쇄잉크 제조에도 비소가 널리 사용됐다. 특히 18세기에는 비소가 포함된 초록색 물감이 벽지에 많이 사용됐다. 비소는 하얗고 냄새가 없는 데다 달다는 느낌마저 든다. 밀가루나 음료에 섞기도 쉽다. 증세도 위장병과 유사해 의사가 증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이질이나 콜레라로 취급해 법망을 피해갈 수 있었다.

독약이 살인자들의 친구라면 반대편에는 과학자들이 있었다. 독극물을 검출하는 기법이 개발되면서 독살 전성시대도 점차 막을 내린다. 가장 먼저 검출 방법이 확립된 독극물은 비소다. 비소는 1775년 칼 시레가 초산에 비소를 녹이는 방법으로 최초 검출했고, 영국인 화학자 제임스 마시가 1836년 정밀 비소 검출 방법을 찾아냈다. 살인자들에게 비소는 더 이상 최상의 살인 도구가 아니었다. 살인자들은 점차 다른 독극물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검출이 가능한 금속성 독극물 대신 아코니틴 벨라도나 스트리크닌 아편 등 식물성 독물 검출 방법은 상대적으로 개발이 더뎠다.

검출법이 개발돼도 독극물 사건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20세기에도 독살은 계속됐다. 미국 오하이오주(州) 남서부에 있는 신시내티시의 간병인 도널드 하베이가 1987년 24명의 환자를 독살해 종신형을 받은 희대의 사건 또한 미국 전역을 경악하게 했다. 피해자가 괴로워하는 현장을 보고 싶다는 이유로 비소와 시안화물을 환자에게 마시게 한 것이다.

독살의 심리

중국 춘추시대 말기의 정치가 한비자, 세계 제패를 꿈꾸던 나폴레옹, 프랑스의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 러시아 대문호 막심 고리키…. 이들의 공통분모는 독살됐다는 음모론의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시대의 뛰어난 인물들에게는 이들을 시기하는 확고한 적들이 존재했다. 이들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독살은 추리소설의 단골 소재로도 사용된다. 탈륨이 범행도구로 나오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창백한 말(The Pale horse)’은 독살을 둘러싼 주인공들의 애증과 상처, 관계의 이면, 인간의 심리를 묘사한다.

독살이 음모론이나 추리소설의 주요 소재로 사용되는 까닭은 독극물을 이용한 살인자들이 주로 냉정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완력을 사용할 수 없거나 무기를 사용할 수 없는 사람들의 범죄 수단으로 주로 사용된다. 감정이 격해져 우발적으로 살인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억눌린 상태에서 상대를 계획 살인할 때 독극물이 사용된다. 상대가 사망하며 느끼는 고통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도 살인마들이 독극물을 사용하는 이유가 된다.

올해 세계를 뒤흔든 구카이라이(谷開來·52) 사건도 이런 전형성을 띤다. 전 충칭시 당서기 보시라이(薄熙來·63)의 아내 구카이라이는 지난해 11월 13일 한때 연인 관계였던 영국인 닐 헤이우드를 호텔로 유인해 함께 술을 마셨다. 두 사람은 부동산 사업을 함께 진행하다 이미 갈등이 불거져 있었다. 구카이라이는 객실에 들어가기 전 집사 격인 장샤오쥔에게 청산가리(시안화칼륨)가 든 독약병을 맡겼고 그가 만취해 쓰러지자 입에 독약을 부었다. 베이징대 법대를 졸업한 변호사로 국제 정치학 석사 학위를 가진 ‘붉은 귀족’ 구카이라이의 범행은 치밀하고 침착했다.

아라파트 사망:8년의 미스터리

비교적 최근 주목 받는 독살설은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죽음이다. 2004년 11월 11일 심한 감기로 프랑스 파리의 군 병원에 입원한 아라파트는 갑자기 병세가 악화돼 사망했다. 입원 13일 만이었다. 프랑스 정부는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부검을 실시하지 않았다. 직접적 사인은 심장마비지만 아라파트가 사망 이전까지 앓았던 정확한 병명은 밝혀진 게 없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스라엘이 아라파트를 독살한 것으로 믿어왔다.

독살설은 지난 7월 다시 힘을 얻었다. 스위스 로잔대학 방사선연구소의 프랑수아 보슈 소장은 사망 전까지 아라파트가 군 병원에서 사용하던 칫솔, 의복, 두건을 분석했다. 아내인 수하 여사가 보관하던 유품에선 폴로늄이 검출됐다. 폴로늄은 2006년 러시아 공작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영국 런던에서 독살됐을 때도 사용된 희귀 방사성 물질이다. 중동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아라파트의 유품에서 독극물이 검출됐다고 보도했고 아내는 부검을 요청했다.

지난달 27일 아라파트의 시신은 사망 8년 만에 묘지에서 파헤쳐져 모습을 드러냈다. 팔레스타인 의사는 아라파트의 뼈와 옷에서 표본을 채취했다. 프랑스 스위스 러시아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은 향후 몇 달간 표본 분석에 주력, 독살 의혹을 규명할 예정이다. 8년간 이어진 죽음의 미스터리가 풀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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