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고객들 우왕좌왕…농협 계열사 컴퓨터도 파일 삭제 현상

은행 고객들 우왕좌왕…농협 계열사 컴퓨터도 파일 삭제 현상

기사승인 2013-03-20 22:49:01
[쿠키 경제] “9호선 선유도역에서 돈을 뽑으려다 안 돼서 지하철 타고 여의도까지 왔어요.”

20일 신한은행 서울 여의도금융센터점에서 만난 김정순(65·여)씨는 오후 내내 헛걸음을 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신한은행에서 돈을 뽑아 국민은행에 넣어야 하는데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3번이나 시도했는데도 안 됐다”며 “급한데 처리가 안 돼서 큰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산망이 마비되면서 신한은행 일선 영업점 직원들은 오후 3시쯤부터 모두 자리에서 일어선 채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지금 영업하고 있느냐고 묻자 한 여직원은 “아니요”라고 답했다. 창구에 앉아있는 남자 직원은 “전산이 마비돼서 업무처리가 안 된다”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해외에 있다 잠시 귀국해 예금상품 상담을 받으러 온 손봉선(41·여)씨는 “상담을 5분 정도 받고 있는데 갑자기 시스템 장애라고 해서 못했다”며 “건너편 국민은행으로 가야겠다”고 일어섰다. 센터의 ATM기 4대에는 모두 ‘전산오류로 인해 업무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안내문구가 붙었다. 신한은행 측은 “오후 2시쯤 전산장애가 발생했지만 오후 3시50분쯤에 모두 복구됐다”고 밝혔다.

전산장애는 신한·NH농협·제주은행과 NH생명보험, NH손해보험의 전산망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신한은행은 영업점 창구 업무와 인터넷뱅킹·스마트뱅킹, ATM기 업무 등이 모두 마비됐다. 신한은행 계좌와 연결된 롯데·삼성카드의 체크카드 결제도 되지 않았다.

농협금융지주 계열사인 농협은행과 생보·손보도 일부 직원의 컴퓨터 파일이 삭제되는 현상이 확인돼 모든 컴퓨터의 인터넷 연결을 끊도록 긴급 지시했다. 신한·농협은행은 지점별로 영업시간을 2시간 연장토록 지시했다.

전산 장애가 발생하지 않은 다른 시중은행은 모두 비상 대응체제에 들어갔다. IT 관련 부서별로 긴급회의를 열고 은행 내부의 인터넷 연결을 차단하는 등 외부 공격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결제원, 코스콤의 전산망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은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을 의장으로 하는 금융전산위기관리협의회를 구성하고 총괄 대응에 착수했다. 협의회에는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한국거래소의 담당 부서장이 참여한다. 협의회는 향후 대응조치도 검토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하고, 24시간 자체 비상대책반을 가동했다. 또 전산장애로 인해 고객 피해가 있으면 은행이 전부 보상하도록 지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진삼열 기자
eyes@kmib.co.kr
진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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