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장에 이건호… 관치금융 논란 후폭풍 거셀 듯

국민은행장에 이건호… 관치금융 논란 후폭풍 거셀 듯

기사승인 2013-07-18 22:37:01

KB국민은행장에 이건호 국민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이 전격 내정됐다. 하지만 이 내정자는 금융 당국 고위 인사가 밀고 있다는 소문과 함께 은행 경력이 짧은 외부 인사로 노동조합 등 조직 내부에서 반발이 심해 행장 선임까지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KB금융 사장으로 3년을 근무한 임영록 KB금융회장이 자신을 둘러싼 외부 인사의 ‘낙하산’ 논란을 정면돌파하기 위해 이 부행장을 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KB금융지주는 18일 계열사 대표이사후보추원위원회(대추위)를 열고 이 부행장을 차기 은행장 후보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1959년생인 이 부행장은 고려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미네소타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장,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을 지낸 사실상 학자 출신이다. 은행 경력은 1999~2003년 4년간 조흥은행 리스크관리본부장, 2011년부터 올해까지 2년간 국민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을 지낸 게 전부다.

그는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 김옥찬 국민은행장 직무대행과 함께 은행장 최종 후보군에 올랐다. 그러나 금융위원회 고위 인사가 사석에서 이 부행장을 차기 국민은행장으로 적극 지원하는 발언을 하는 등 청와대와 금융 당국의 지원을 받는다는 소식에 국민은행 내부 반발이 극심해졌다. 이에 임 회장은 지난 12일 취임식에서 “차기 국민은행장은 영업력을 중요하게 생각해 좋은 사람을 뽑겠다”고 분란을 가라앉히려 했다. 그러나 불과 1주일 만에 영업과는 전혀 연관 없는 이 부행장이 차기 행장으로 낙점되자 국민은행 내부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 회장이 자신의 말을 지킬 수 없을 만큼 청와대 등 ‘외풍’이 강력했다며 ‘관치금융’을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3000만 서민들이 거래하는 은행이 지주 회장이 바뀌는 3년마다 정체성이 송두리째 바뀌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임 회장이 장담한 내용이 순식간에 뒤바뀌는 걸 보면서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박병권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임 회장이 내부 인사를 중용할 것이라는 약속을 어겼다”며 “출근저지 등 강력한 임명반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를 두고 임 회장이 KB금융의 지배권을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KB금융 부사장으로 3년간 일한 임 회장은 ‘외부 인사’라는 공격을 받았음에도 회장 취임에 성공했다. 실제 임 회장은 이날 “내부 인사 기준은 행원 출신인지, 현재 근무하고 있는지, 재직기간이 오래됐는지 등을 따지기에 앞서 KB금융이 당면한 위기 상황을 타개할 능력이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였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대추위는 이날 국민은행장을 비롯한 7개 그룹 계열사 대표 후보도 모두 선임했다. KB국민카드 사장은 심재오 국민은행 고객만족그룹 부행장, KB투자증권 사장은 정회동 아이엠투자증권 대표, KB생명 사장은 김진홍 전 국민은행 본부장, KB자산운용 사장은 이희권 현 KB자산운용 부사장, KB부동산신탁 사장은 박인병 현 KB신용정보 사장, KB신용정보 사장은 장유환 전 서울신용평가정보 사장이 후보로 지명됐다. 이들 후보는 해당 계열사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속보유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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