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의 대외정책 철학은 대체로 3가지로 분류된다. 전화 등을 통한 정상외교의 힘을 믿는 것과 이를 듣지 않아 응징이 필요할 때는 군사력보다는 경제제재 등을 선호하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장기적인 골칫거리를 만들지 않기 위해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3가지 기조를 고려해 볼 때 무엇 하나 먹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상 간 전화통화는 4차례나 했지만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대한 자산동결 조치에 나서자 러시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몇 시간 뒤 크림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하고 다음날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는 조약에 사인해버렸다.
군사적 옵션은 아예 제외된 상태다. 백악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 각종 군사 장비를 지원하는 문제 등 군사적 대응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지원 강화와 러시아 관리에 대한 제재를 선호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은 경제제재 분야를 러시아의 군사방면으로 확대하고 정·재계를 주무르는 올리가르흐, 크렘린 인사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추가 행동이 조만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또 러시아와 이웃한 국가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부통령은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대항하는 어떤 침공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우리는 리투아니아와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경제제재의 핵심 협력국가 중 하나인 독일이 미적거리는 것도 부담이다. 러시아와 밀접한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는 독일은 경제제재를 강화할 경우 러시아의 보복을 우려하고 있다. 국제법 전문가인 로사 브룩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푸틴은 미국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잘 알고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계산된 행동은 오바마 대통령을 국내적으로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러시아에게 침공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면서 “만일 이것이 실패하면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역시 아프가니스탄 철군이나 시리아 화학무기 제거, 이란 핵문제 등에서 러시아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고 통신은 분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