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구현화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뒤늦게 검찰의 수사대상이 된 것은 삼성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말을 구입해주는 등 특혜를 준 시기와 겹치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라는 큰 산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승인과 국민연금 등 2대 주주의 지지 등 '백기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교환하는 합병 계획을 발표한 것은 지난해 5월 26일이다. 이후 양사 합병의 정당성과 합병 비율의 타당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졌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메니지먼트가 합병 발표 이튿날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며 반대 의사를 공식 표명하고 나섰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식을 추가로 사들여 지분율을 7.12%로 높여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세계 최대의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도 투자자들에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고하면서 합병 무산 위기에 몰렸다.
이 과정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태도가 최대 이슈로 부각됐다. 국민연금은 엘리엇이 지분 7.12%를 보유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지난해 6월 4일부터 같은 달 9일까지 삼성물산 보통주를 사들여 9.92%에서 11.61%로 늘렸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결국 작년 7월 10일 투자위원회를 열고 위원 12명 중 8명의 찬성으로 합병 찬성 입장을 정했다. 이후 다른 국내 기관 주주들도 잇따라 찬성 의사를 결정했다. 작년 7월 17일 열린 주총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은 통과됐고 같은 해 9월 1일 양사는 공식 합병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국민연금이 석연치 않은 행보를 보였다고 보고 이날 삼성 서초사옥과 국민연금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삼성의 정유라 말 구입 특혜와 삼성물산 합병 통과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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