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심유철 기자] 주한미군 소속의 한 병사가 한국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공정한 주한 미군 지위 협정(SOFA)으로 인해 미군 피의자에 대한 공정하고 명백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26일 성폭행 혐의(성폭력방지 특별법상 준강간)로 주한 미 공군 소속 병사 A씨를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A씨는 지난 4월1일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한 클럽에서 만난 여성을 인근 호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경찰은 피해 여성의 신고를 받고 한 달간 수사를 벌여 피의자를 미군으로 특정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경찰은 약 보름 뒤인 지난 5월17일에서야 A씨를 소환 조사할 수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긴 시간이 걸렸을까요. SOFA 규정상 주한미군에 대한 수사는 한국 경찰과 검찰, 미국 대표단의 협의 하에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A씨가 소환에 응하겠다는 미군의 결정이 나오기까지 아까운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현재 검찰에 송치된 A씨는 “여성과 합의 후에 성관계를 가진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요. 이후 1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불공정한 SOFA 규정이 주한미군 피의자를 법의 심판에서 피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한미군에 의한 범죄는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사회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 11월8일 대구광역시 남구 봉덕동 남구청 네거리에서 주한미군 소속 한 상병이 음주 교통사고를 낸 뒤 피해자를 폭행하고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대구 남부경찰서는 SOFA 규정으로 인해 초동수사조차 진행하지 못해 증거인멸이 우려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또 2002년 경기 양주시 효촌리에서 여중생이던 효순·미선양이 미군의 장갑차에 깔려 압사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사고를 낸 미군 2사단 소속 병사는 공무 중 일어나나 우발적 사고라는 이유로 재판에서 무죄 평결을 받았습니다. SOFA 협정에는 공무 중 일어난 미군 범죄를 처벌할 규정이 없기 때문이었죠.
지난해 9월22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주한미군 범죄 건수는 380건, 5년 뒤에는 289건이 발생했습니다. 범죄율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기소율은 28.1%에서 27.3%로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반면, 불기소율은 52.4%에서 62.3%로 증가했죠.
SOFA 협정 형사재판권 내용을 보면 내국인에게 불리한 조항이 많습니다. SOFA 협정 제22조 9항에 따르면 미국 측의 입회 없이는 수사에서 재판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불가능합니다. 초동수사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죠. 또 주한미군 피고인이 1심에서 무죄를 받을 경우 한국 검찰 측은 항소를 하지 못합니다. 아울러 1심 형량이 검찰의 구형보다 가벼워서 항소하고 싶어도 피고인이 원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재판은 종료됩니다. 주한미군이 1차 재판권이 한국에 있는 중대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도 미군 측이 한국 법무부에 재판권 포기를 요청하면 ‘한국은 호의적으로 고려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동맹이란 서로의 이익이나 목적을 위하여 동일하게 행동하기로 맹세하는 관계를 뜻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10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는 단순히 좋은 관계가 아니라 ‘위대한 동맹 관계’”라고 강조했습니다. 강대국에 유리한 조항들로 채워진 협약을 맺는 것이 과연 ‘위대한 동맹 관계’일까요? 우리 정부의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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