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위치한 한 수장 공사 업체 ㈜동남하우징의 박종옥 대표는 지난 9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하청업체로서의 현실이 녹록치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 대표는 “고공 행진하는 인건비와 원청의 갑질이 문제다. 인건비의 상한제를 두고, 원청의 갑질을 허용하는 법의 빈틈을 정부에서 잘 메워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동남하우징은 마루, 도배, 몰딩, 페인트칠을 하는 수장 공사 업체다. 작은 가게로 시작했지만, 32년 동안 부산 유수의 건설업체와 거래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2001년도였어요. 큰 건설사에 아파트 시공을 처음 따냈죠.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서 공사를 시작하고, 아들하고 친구들을 동원해 일을 맡기면서 공사를 했어요. 다행이도 약속한 기간에 딱 맞춰서 공사를 완료할 수 있었죠. 나중에 들어보니 다른 기업들이 저희를 보고 많이 의아해 했다고 해요. ‘어떻게 저런 작은 업체에서 이렇게 큰 공사를 완료했지?’ 하면서 말이에요. 그 때 이후로 ‘아 우리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죠. 그 때의 성취감을 동력 삼아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그렇게 ㈜동남하우징은 30여년의 세월을 묵묵히 걸어왔다. 같은 사업을 하던 부산의 다른 업체들은 하나 둘 씩 사라져갔다. 현재 ㈜동남하우징과 경쟁하고 있는 업체들은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된 업체들이다. 박 대표는 “이 바닥에서 오래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며 ““도배 이제 하지 마세요. 해봐야 고생만 하지 않습니까. 딴 거 하세요”하고 말리는 건축업계 관계자도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말대로 업계의 상황은 어렵기만하다. 고공 행진하는 인건비 때문이다. “예전에는 인건비가 공사비의 3분의 1정도였는데, 지금은 반 정도를 차지해요. 여기서 재료값 까지 빼고 나면 정말 남는 게 없죠. 인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다보니 부르는 게 값이에요. 한 철 바짝 벌어야 비수기 때도 버틴다는 인부들의 말도 이해가 가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저희들도 살아남을 수 없어요. 뭔가 대책이 필요해요”
원청의 갑질은 박 대표를 더 힘들게 한다. “입찰하고 1년 후부터 공사를 시작한다고 하면, 1년 새 인건비가 또 올라요. 그런데 건설사 측에서는 오른 인건비를 반영하지 않죠. 처음 입찰한 금액에 맞추라는 거예요. 도저히 안 되겠어서 올려달라고 하면, 그만두라하고 다음부터는 입찰 권한을 안줘요. 그만둘 때 각서를 써야하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할 수 없어요”
이외에도 건설 업체는 아파트 청소비, 현장 쓰레기 용역, 폐기물 처리를 하도급에게 넘기거나 업체 측 잘못이 아닌데도 책임을 떠넘겨 AS를 시키는 등의 갑질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에 있는 업체들이 부산으로 진출하며 입지가 좁아지는 어려움도 겪고 있다. 서울에 있는 건설업체가 부산에 들어오면서 아예 서울 하청업체에게 시공을 맡기는 것이다. 부산을 기반으로 한 ㈜동남하우징에게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박 대표는 “서울 업체가 부산에 와서 하다 보니 정작 부산에 있는 업체들은 일감이 없습니다. 지자체나 의회에서 부산에 있는 건설 하청 업체들의 기반을 보장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한다던가 하는 노력을 기울여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어요” 라고 말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더 많지만 박 대표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승승장구 해야죠. 아들이 관련 업계에 종사하고 있으니 혹 물려받아 할지도 모르고요. 그 때까지 회사를 지키려고요”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이 말을 빼놓지 않았다. “불러주신다면 어디든지 뛰어가겠습니다. 맡겨주세요(웃음)”
이은철 기자 dldms87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