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 완화됐지만 기저질환자 많은 요양시설은 아직
-방역당국, 어버이날 앞두고 요양병원과 요양원 방문 자제
-가족 못 만나 일부 환자 우울증 호소
-병원 의료진, 환자 치료와 방역에 구슬땀
-영상통화로 아쉬움 달래고 유리문 격리 통한 비접촉 면회도
-환자상태 수시로 알려주는 ‘해피콜’ 운영
[쿠키뉴스] 곽경근 대기자 =“6일부터 생활방역으로 완화된다는데, 어버이날에도 면회 안 되나요?”
요즈음 전국 각 요양병원과 요양원 등 요양보호시설에 가장 많이 걸려오는 문의 전화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가족을 기다리는 환자를 보기 위해 요양시설을 방문하려는 보호자들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인원을 최소화하고 방역을 철저히 하면서 비대면 면회를 허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일부에서 조심스럽게 나온다.
국내 지역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3일에 이어 이틀째 0명을 기록했다. 신규 확진자 3명은 모두 해외유입사례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환자와 보호자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요양기관에 대해 ‘아직 직접 방문은 안된다’고
밝혔다. 감염 취약 노인·중증환자 많은 대부분의 요양기관은 조금 더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어갈 방침이다.
지난 3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여전히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서운 전염력을 보여주는 조용한 전파자이다. 어린이와 어르신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하는 가정의 달이 되기를 희망한다”면서 8일 어버이날과 관련해서는 “안타깝지만 이번 어버이날에는 요양병원·요양원에 계시는 어르신을 직접 찾아뵙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월 20일 코로나19 관련 사망자가 처음으로 확인된 뒤 5월 4일 현재까지 25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누적 확진 환자 1만801명 중 사망자 비율을 나타내는 치명률은 2.35%이다. 치명률은 고령일수록 가파르게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연령대별 치명률은 60대 2.66%, 70대 10.70%, 80세 이상 25.00% 등이다. 20대 이하 사망자는 없다.
특히 지난 4월 한 달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신규 확진자 절반이 요양원에서 나온 것으로 조사됐고 우리나라에서도 최근까지 요양시설에서 확진자가 집단으로 나온 상황이고 보면 아직은 요양시설에 대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지금도 산발적인 지역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지역감염 사례가 기저질환자들이 모여있는 의료기관으로 감염이 되거나 어르신들이 많이 생활하고 있는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로 이어질 경우에는 심각한 피해가 그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어느새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감염병이 발병한지도 100일 넘어섰고 갑작스럽게 가족과 ‘생이별’을 하게 된 환자와 심적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보호자 역시 예기치않은 상황에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가족들이 나를 버린 것 같다” “내가 세상을 너무 오래 살았다”
대부분의 노인 환자들은 가족을 보지 못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전국의 요양기관에서 환자의 치료와 재활 못지않게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비록 작은 휴대전화지만 환자와 보호자 간의 영상통화를 통해 가족의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환자들은 차츰 정서적 안정을 찾고 있다.
또한 일부 병원에서는 의료진이 환자의 치료과정을 전화로 알려주는 ‘HAPPY CALL 서비스’를 통해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간의 ‘라포(rapport·상호신뢰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정수진(가명‧84) 환자는 평소 과묵했던 남편이 영상통화를 통해 하트를 만들어 보이면서 “가을이면 결혼 60주년인데 얼른 건강해져서 웨딩드레스 입고 멋지게 사진도 찍고 여행도 가야지”라며 손뽀뽀를 날리자 환하게 웃으며 함께 손뽀뽀를 날렸다고 화상통화를 연결해준 간호사가 전했다.
강남구에 위치한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에서는 영상통화와 ‘HAPPY CALL 서비스’ 외에도 가족들을 직접 보고 싶어 하는 환자들의 위해 병원 1층 로비의 통유리를 통해 ‘비접촉 면회’가 가능하도록 운영 중이다. 특히 어버이날을 앞두고 많은 보호자들의 요청에 따라 비접촉 면회장소를 3곳 더 늘렸다. 음성은 핸드폰를 통해 주고 받는다. 가족의 온기와 체취를 느낄 순 없지만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다. 또한 면회 금지와 외출 금지로 답답하고 힘든 일상이 계속되고 있는 환자와 간병보호자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차단을 위해 매일 긴장의 일과를 보내고 있는 직원들을 위해 1층 중앙정원과 각 층별 테라스, 옥상 치유정원에 예쁜 봄꽃들로 단장해 마음의 안정과 휴식을 제공하고 있다.
울산광역시에 소재한 이손요양병원은 환자와 보호자 사이에 보호비닐을 설치하여 가족들과 얼굴을 보면서 대화할 수 있는 안심면회실을 운영하고 있다. 총 11개소의 안심면회실에서는 보호자의 여행력 조사, 발열 체크 측정, 손 씻기 시행 후 면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환자와 보호자의 접촉을 제한하고 면회가 끝나면 곧바로 면회실 전체 공간을 소독 후 다음 면회를 진행한다.
이같이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일부 요양병원에서는 ‘방역과 환자와 보호자 배려’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해 유리문 격리를 통한 비접촉 면회와 수화기 소통, 면회물품 소독 등 안심면회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매일 같이 병원을 방문해 어머니 말동무도 해드리고 틈틈이 목욕도 직접 시켜드렸던 강대우(66) 씨는 “코로나가 나를 불효자로 만들었다. 매일 아침 통화도 하고 이따금 간병인이 어머니를 병원 로비로 모시고 나오면 창 너머로 서로 얼굴을 보며 통화는 하지만 이런 생이별이 어디 있냐. 어머니 따뜻한 손이라도 한번 잡아보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도 깔끔한 어머니 모습을 유리벽을 통해서라도 직접보니 병원에서 잘 보살펴 드리고 있는 것 같아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 장문주 원장은 “지금 우리 국민은 슬기롭게 이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다. 우리 행복병원 뿐 아니라 전국의 요양기관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예방과 환자의 건강지키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감염 예방에 대한 기본 원칙을 인내심 있게 지키는 것이 이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가장 옳은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윤철 서울대병원 교수(예방의학)는 “신종 코로나는 6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에 요양병원·요양시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가장 마지막에 풀어야 하는 곳”이라며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환자와 보호자들 모두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병원 측에서는 보호자에게 환자의 상태를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등 마음의 거리를 최대한 좁혀주는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곽경근대기자 kkkwak7@kukinews.com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 이손요양병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