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파리바게뜨 사태. 여진(餘震)이 남아있다

[기자수첩] 파리바게뜨 사태. 여진(餘震)이 남아있다

기사승인 2018-01-20 05:00:00

지진은 크게 전진과 본진, 여진으로 나뉜다. 먼저 크고 작은 지진들이 연이어 발생하며 본진을 예고한다. 본진이 지나간 뒤에는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간 여진이 이어진다. 여진은 본진으로 인한 피해를 복구할 수 없도록 막거나 사람들에게 심리적인 불안감을 주는 등 전체 지진 피해를 증폭시키기도 한다.

4개월간 프랜차이즈업계를 뒤흔들었던 파리바게뜨 직고용 사태는 노·사 합의로 마무리됐다. 고용노동부가 제시했던 직고용 대신 합작법인을 자회사화 해 제빵기사들을 고용하는 형태다. 한노총과 민노총의 요구에 따라 본사 정규 직원과 동일한 복지수준을 비롯해 2년 동안 급여도 동일하게 맞추기로 결정됐다. 과정에서 잡음이야 일었지만 어찌됐든 프랜차이즈라는 형태를 뒤엎을 수 있었던 사건이 봉합된 것이다.

파리바게뜨로서는 한 숨 돌렸지만 여전히 업계는 마음을 졸이며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문제가 촉발됐던 가맹점에서 근무하는 인력에 대한 본사 직고용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가맹사업본사는 전무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음식 관련 프랜차이즈는 파견법(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상 허용 업무에 포함돼있어 큰 문제가 없다. 현행 파견법은 대부분 운전, 음식조리 등 단순업무와 관련된 32개 부문으로 한정돼있다.

문제는 파견법의 개·보수가 사실상 멈췄다는 점이다. 파견법은 1998IMF 진두지휘아래 고용유연성확보와 근로자보호를 목적으로 제정됐다. 최초 파견 허용 업무는 26개였으나 2007년 개정을 통해 32개로 늘어났다. 20년간 시장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관련법은 일부 항목이 추가됐을 뿐 여전히 멈춰있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도 제빵기사가 파견법이 허용한 업종 내에 포함되지 않아서였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수많은 업종과 일자리가 생겨났고, 뒤안길에 밀려 사라진 직업도 있다. 그러나 이를 규제하는 법안과 법률은 여전히 먼지가 케케 쌓여있다.

근로자의 권리와 노동권을 보장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가 윈-윈하기 위한 제도적 손질이 필요하며, 가장 먼저 파견허용직종 확대 등 2018년 현실에 맞는 파견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본진(本震)은 끝났지만 여진(餘震)이 남아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 광범위하게 퍼질 여진에 그간 근로자들이 쌓아온 시장이 훼손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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