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처음 파면된 박근혜(66) 전 대통령에게 1심에서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이 선고됐다.
특히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서원(최순실)씨가 영리를 목적으로 설립한 회사를 지원하도록 대기업을 강요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6일 선고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재단 관련해 현대자동차에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 발주를 강요한 점 등 최씨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대기업들에게 강요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재단에 관여할 자격이 없는 최씨로 하여금 기업의 경영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대통령으로서의 직권을 위법하고 부당하게 행사한 것으로 봐 ‘직권남용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이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명시적으로 협박하지 않았어도 재단 출연을 요구하고 기업들이 불이익을 얻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충분했다”며 “강요죄 역시 유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 롯데, SK 등 대기업으로부터 592억원의 뇌물을 수수하거나 요구한 혐의, 또 대기업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원사로부터 774억원을 강제 모금해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최씨와 공모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최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비 등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거나 약속한 혐의 중에는 72억9000여만원을 뇌물액으로 인정했다.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 16억2800만원과 미르·K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원은 제3자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과의 사이에 ‘명시적·묵시적 청탁’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법률상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부정한 청탁’이 인정돼야 한다.
반면 롯데그룹은 롯데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인정됐다.
재판부는 “롯데그룹에서 박 전 대통령 측에 명시적으로 도와달라는 청탁을 한 점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다만 당시 롯데로서는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해 위기에 놓인 상황이었고, 박 전 대통령도 롯데 면세점 사업에 관해 관심이 있었던 점이 인정되는 만큼 둘 사이의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K재단의 하남 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롯데그룹이 70억원을 낸 부분은 강요와 제3자 뇌물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SK그룹의 경영 현안을 도와주는 대가로 K재단의 해외전지훈련비 등으로 89억원을 내라고 요구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 밖에 KT나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을 압박해 최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회사나 최씨 지인 회사에 일감을 준 혐의 등도 유죄 판단했다.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