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정확히는 껍데기를 둘러싼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발단은 23일부터 시행되는 난각의 산란일자표시 때문입니다. 그러나 해당 정책을 두고 관계부처와 농민들 간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대한양계협회는 세종시 식약처 정문 앞에서 60여일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고, 급기야 지난 1일 산란일자표시시행 집행정지신청과 함께 류영진 식약처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하기까지 했습니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은 “현재 신뢰할만한 계란 관리 규정이 식약처에는 전무하다”고 말합니다. 주장을 들어보면, ‘살충제 달걀’ 파동 이후 종합대책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달걀 유통기한을 법적으로 명문화한 것이 없고 식약처는 산란일자를 찍을 테니 생산자와 소비자가 알아서 판단하라며 사실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계란이 포장돼 유통되는데 난각에 찍힌 정보가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는 것이 이 회장의 주장입니다.
식약처의 생각은 좀 다릅니다. 식품안전표시인증과 관계자는 “산란일자 표기 도입은 조류독감(AI) 발생이나 달걀 값 하락 등의 이유로 일선 농가에서 달걀을 장기간 보관하다 포장해서 판매할 우려를 원천 배제코자 도입된 정책”이라고 말합니다. 한 마디로 꼭 필요한 정책이라는 것이죠.
“유통기한은 산란일자를 기준으로 설정하는 것이 기본”이라거나 “포장일자를 기준으로 유통기한을 찍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정확한 식품 정보가 아니다”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13일 소비자 10명 중 9명이 산란일자 표기를 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쯤 되면 양계농가는 사면초가의 상황이라 할 수 있을 테지만, 이 회장은 “어떤 정책을 만들 때는 소비자의 이익과 해당 업계의 예상 피해가 공존할 시 양쪽 모두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합니다.
앞서 일본에서 유사한 사례가 있었고, 당시 소비자들이 1~2일된 달걀만 찾으면서 시장에 혼란이 왔다는 겁니다.
이왕이면 하루라도 더 싱싱한, 달걀을 쿡기자라도 고를 것 같긴 합니다. 그렇지만 정책 실효성에 대해 농가들이 이처럼 문제를 제기하는데, 식약처도 대화의 제스처를 좀 보여야 하는 건 아닐까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건강한 먹을거리에 지갑 열길 마다할 소비자는 없을 겁니다. 다만, 생산 농가를 코너로 몰아넣는 듯한, 그리고 ‘살충제 달걀’을 생산해냈다는 ‘원죄’를 빌미로 전체 양계농가를 죄악시하는 모양새가 좋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