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책임자들 눈으로 본 21대는? 고난과 기회의 시간

총선 책임자들 눈으로 본 21대는? 고난과 기회의 시간

與, “국정과제의 온전한 추진 기회” vs 野, “내부개혁·구태정치 혁파 기회”

기사승인 2020-04-17 01:00:00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국민들의 표심이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로 대거 쏠렸다. 표심에 힘입어 민주당은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를 포함해 총 180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헌정사상 투표에 의해 이뤄진 유례없는 단독 거대정당이 탄생한 셈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우려와 두려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1당 독주체제가 여론을 등에 업고 공고해졌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가운데 총선을 이끌었던 선거대책위원장급 인사들은 지금을 또 다른 ‘기회’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관찰됐다.

16일 슈퍼정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원내정당들은 선거결과를 받아들고 침통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심지어 건 건이 날을 세우며 ‘정권심판론’을 내걸고 정면대결을 펼쳤던 미래통합당은 253석이 걸린 지역구에서 84석만을 확보해 참담히 패하자 넋을 놓은 모습이었다. 21대 국회에선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막을 수 없다는 패배감까지 내보였다.

황교안 대표는 15일 종로에서의 패배와 함께 당의 패색이 짙어지자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지도부로 불릴 수 있는 최고위원 중 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만이 유일하게 21대 국회에 의석을 마련했다. 이에 사태를 수습할 이가 없어 슈퍼여당의 출현이 예고된 21대 국회를 대비하지 못하는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야당 모두가 유사한 모습들이었다. 당장 현역의원만 20명인 원내 제3정당이자 교섭단체인 민생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포함해 단 1석의 의석도 확보하지 못했다. 원내에서 쫓겨나며 당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졌고, 당내 지도부는 연거푸 고개를 숙였다.

안철수 대표를 필두로 제2의 녹색바람을 일으키겠다며 비례대표만으로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노렸던 ‘국민의당’은 3석만을 확보해 ‘미풍’에 그쳤다. 심지어 정의당은 국민의 민의를 닮은 국회 의석 배분을 목표로 도입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됐던지만, 지역구 1석을 포함해 6석을 확보하며 ‘현상유지’에 그쳐 낙담한 모습이었다.

여기에 21대 국회가 투쟁과 대립, 갈등이 난무하는 곳이 될 것이라는 예상에도 모두 공감하는 듯했다. 심지어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번 선거결과를 두고 “양당정치 강화, 지역구도 부활, 선거개혁 와해 등 정치개혁의 후퇴라는 역사적 오점을 남겼다”며 21대 국회와 정치권을 양강 대결구도로 인해 후퇴만 거듭하는 암울한 모습으로 그리기도 했다.

◆ 개혁의 기회로 삼는 야당들, ‘새로운 시작’ 다짐= 하지만 낙담으로만 끝내진 않았다. “정치는 생물”이란 말을 달고 살 듯 정치권은 다시금 도약을 위한 발돋움을 시작했다. 선거를 책임졌던 대표급 인사들은 낙담에 이어 하나같이 개혁과 변화를 언급하며 ‘희망’과 ‘미래’를 이야기했다.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16일 선거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전하면서도 “꼭 필요한 만큼이라도 표를 주신 것에 감사한다.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작은 힘이나마 남겨줬다”며 “야당도 변화하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인다”고 정부와 집권여당이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견제하면서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개혁을 통한 혁신을 해야한다는 미래를 제시했다.

황교안 당대표도 야인으로 돌아가며 “대한민국 정부에는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건강한 야당이 꼭 필요하다”면서 국민들과 지지자들에게 인내를 가지고 당이 쇄신할 수 있는 시간, 단합하고 결속해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실용적 중도정치 정착,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합리적 개혁을 위한 길을 걸어가겠다며 언행일치의 정치를 실천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고, 이태규 선대본부장은 “진영 간 대결과 증오와 배제의 정치로, 최악의 국회라고 평가받는 20대 국회가 또 다시 그대로 재판될 것”이라는 전망과 야권 변화를 이야기했다.

사실상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민생당과 정의당도 의지를 다지며 다시금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처음부터 만들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민생당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은 원외에서라도 힘을 합쳐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완성과 제왕적 대통령제를 막기 위한 개헌, 거대양당 정권다툼이 횡행할 21대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민심을 “문재인 정부 멈추지 말고 개혁하라! 그것이 슈퍼 여당을 만들어준 국민의 명령”이라고 받아들이면서도 “정치개혁의 후퇴라는 역사적 오점을 바로잡겠다”고 했다. 더불어 “집권여당의 기득권 앞에 주저하지도, 망설이지도 않고 소수를 위한 대변자로 거듭 나겠다”고 개혁을 동반한 미래를 희망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