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오는 5월 30일 발족할 21대 국회의 모습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출발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멈출 걱정이 앞서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20대 국회가 가질 예정인 ‘최악’이란 평가를 21대가 곧 이어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희망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그리고 그 희망의 열쇠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쥐고 있다고 지목했다.
정치평론가 류재일 씨는 21대 국회를 “권력투쟁하다 끝날 싸움터”라고 혹평했다. 미래통합당은 대선주자 죽이기 공천에 이은 지도력 공백, 변화를 요구하는 흐름 혹은 의지와 그에 반하는 과거의 잔재가 가진 권한이 충돌해 내적 갈등이 극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제1야당이라는, 민주당을 견제할 유일한 보수정당이라는 허명을 지키려는 또는 과거의 위상을 그리워하며 되찾으려는 몸부림이 ‘외부의 적’ 또는 ‘경쟁자’로 분류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하며 격렬한 힘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렇다고 여당인 민주당이 조용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봤다. 전체 의석의 5분의 3에 달하는 180석이 가진 힘을 휘두르려는 경향이 강해지며 싸움을 걸어올 통합당이나 정치적 공간을 확보해야할 여타 야당들과 건건이 부딪쳐 잡음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내부적으로도 개헌을 제외한 국회의 모든 권한을 쥐고 흔들 수 있는 힘의 정점인 당권을 확보하기 위한 권력투쟁, 1년 후 벌어질 대선주자 경선에 앞서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흑색선전과 모략이 난무할 대권다툼이 연이어 벌어지며 내홍에 시달릴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더구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활, 청와대 연루의혹 등과 연결된 ‘사법개혁’, 여권 내에서 불고 있는 ‘언론개혁’과 ‘정치개혁’의 목소리 등 갈등의 단초가 실현되는 과정에서 여·야의 충돌은 더욱 거세져 정치권을 흔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평론가 황태순 씨도 유사한 전망을 내놨다. 그는 “21대 국회에서는 지난 3년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왔던 것들이 더 가열 차게 진행될 것”이라며 “(그것들은) 좀 더 좌파적이고 사회주의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정책들이 될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대선경선을 1년 남기고 여당 내 갈등이 격화되고 야당이 대여투쟁을 강화하며 강하게 충돌할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 내에서도 ‘차기 지도자’ 지위를 얻기 위한 쟁투가 벌어지고, 정의당과 국민의당도 정치적 선명성을 부각하기 위한 목소리 내기에 바쁠 것이라고 봤다.
다만 황 평론가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화된 장악력과 이를 상대할 강력한 차기 야권 지도자의 부재, 여당에 대항하기엔 상대적으로 부족한 의석수가 힘의 불균형을 초래해 싸움을 걸고도 방어에 급급하다 무너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내놨다.
이외에도 정치권 내·외에서 21대 국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들 평론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견이라면 여당 내 권력투쟁이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장악력에 막혀 큰 잡음 없이 대선주자 경선이 본격화하기 전까지 적어도 1년은 대외적으로 조용할 것이란 분석 정도였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이낙연 전 총리를 21대 국회의 가장 큰 ‘바람’으로 꼽으며 그의 행보에 따른 변화를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냈다. 여기에는 이 전 총리가 보여줄 생각과 선택, 성과에 따라 21대 국회의 분위기나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는 공통된 인식이 깔려있었다.
◆ 세 갈래길 앞둔 이낙연=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총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소명의식에 기반한 그의 정치가 권력욕으로 비춰지는 것을 우려하는 측면과, 주변의 여러 기대에 부응해야한다는 생각이 충돌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이 전 총리는 대권이나 당권에 대한 언급을 일체 자제하는 모습이다. 다만 정계는 그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분위기다.
당장 이 전 총리는 민주당의 ‘변화’를 언급해왔다. 그는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국민이 우리에게 기대 이상의 의석을 주면서 감당할 수 있는 최대한의 책임도 안겨줬다. 국민의 지엄한 명령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조금이라도 오만, 미숙, 성급함, 혼란을 드러내면 안 된다. 항상 안정되고, 신뢰감과 균형감을 드려야 한다”고 민주당의 겸손한 태도를 강조했다.
앞서 조국 전 법무장관 사태가 불거졌을 때에도 이 전 총리는 “우리 사회 또는 공정을 지향하는 시민들에게 많은 상처를 줬고, 당에도 많은 과제를 준 일”이라고 한 바 있다. 4·15 총선 직전 마지막 유세에서는 “민주당이 때로는 오만하다. 제가 그 버릇을 잡아 놓겠다”며 보다 강경한 뜻을 피력하며 변화를 약속하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며 독보적인 위치를 다지고 있는 이 전 총리가 당의 변화를 공언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행동에 나설 것이며, 그 결과가 좁게는 민주당, 넓게는 정치권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그 시작이 27일 시작한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이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이 전 총리의 선택에 있어서는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친문(문재인)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민주당에서 비문 출신이라는 한계를 딛고 대선주자로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친문의 원내대표를 전략적으로 선택할 것이란 이들과, ‘협치’와 ‘균형’을 강조한 만큼 야당과의 원만한 관계와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인물을 선택할 것이란 이들이 갈렸다.
한편 전면으로 나서거나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지 않았던 이 전 총리의 성향을 근거로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최대한 거리를 두고 직·간접적 언급이나 영향력 행사를 피하는 행태를 보일 것이라는 해석도 일부에서 제시했다. 대신 코로나19국난극복대책위원장의 지위를 유지한 만큼 오히려 코로나19 대응·대책에 집중하며 대선을 준비할 것이란 말도 있었다.
이와 관련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유력 대권후보로의 이미지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당과의 유기적 협력관계를 유지해야하는데, 원내대표 경선이든 당 대표든 직접 입장을 피력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당도 이 전 총리 모두에게 해가 된다”며 “당과의 불협화음이나 밀어주기 의혹이 제기되는 등 정치적 오해를 최대한 자제하는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봤다.
황 평론가도 “오히려 신의 경지에 올랐다는 문 대통령의 리더십의 영향아래 강력한 2인자, 후계자가 등장하기는 어렵다. 당에서도 대통령 눈치보기 급급한 상황에서 통제권을 벗어나 이낙연이라는 떠오르는 태양 중심으로 벌써부터 뭉치기도 쉽지 않다”며 여당과 야당 쌍방의 견제에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것이란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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