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인세현 기자=“동료들 덕분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OCN 토일극 ‘경이로운 소문’이 막을 내린 후 화상으로 만난 배우 조병규는 인터뷰 중 몇 번이나 함께한 배우들과 제작진에게 공을 돌렸다. 단순한 인사가 아닌 진심이 묻어나는 말들이었다. 첫 주연의 무거운 부담감을 동료들에게 의지하며 극복했다는 그의 말은 ‘경이로운 소문’에서 그가 연기한 소문이 다른 카운터들과 함께 역경을 딛고 해피 엔딩을 맞이한 과정과 닮아 보였다.
방영 전 ‘경이로운 소문’에 관한 관심은 기대와 우려가 반반이었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는 이점도 있었지만, 웹툰 속 판타지를 드라마에서 잘 구현해 수 있을지 의문도 있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방송이 시작된 후 입소문을 타고 상승세를 그렸고, 끝내 OCN 채널 최고 시청률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조병규는 이런 성적을 예상했을까.
“전혀 예상 못 했어요. 사실 촬영하면서 배우, 제작진과 ‘우리끼리 이렇게 행복하게 촬영하고 있으니 결과에 연연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거든요. 저는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행복하게 찍었는데 결과까지 좋으면 참 좋겠다’ 바라는 정도였죠. 그런데 이렇게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네요. 이번 작업을 통해 확실하게 마음에 자리 잡은 건 있어요. 과정이 행복하고 치열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거요. 이 믿음은 제가 앞으로 작품 활동을 하면서 큰 기둥이 될 것 같아요.”
‘경이로운 소문’은 최근 연이어 흥행작에 출연한 조병규의 첫 주연작이다. 드라마 ‘SKY 캐슬’ ‘스토브리그’에서 개성 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연기로 주목받았던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을 톡톡히 발휘했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소문의 순수함과 그가 동료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섬세한 연기로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는 평이다. 하지만 그는 작품 시작 전 부담감으로 “밤잠을 설쳤다”고 털어놨다. 제목에 이름이 들어가는 타이틀 롤로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촬영 전엔 부담이 컸어요. 그런데 첫 촬영 이후 달라졌어요. 현장에 있는 제작진과 동료들 덕분에 긴장을 이겨낼 수 있었죠. 저는 작품이 잘 된 게 오로지 제 몫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한 적 없어요. 어떤 작품의 성쇠는 제가 혼자 결정하거나 이뤄낼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경이로운 소문’을 하면서 이 일은 같이하는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고요. 덕분에 이제는 다음 행보에 대한 부담도 없어요. 작품이 잘되고 말고를 떠나서 좋은 스태프, 출연진과 좋은 이야기를 구상해 보고 싶어요. 욕심은 있고 부담은 없는 거죠.”
흥행하는 작품을 고르는 비결을 묻자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건 대본”이라고 답한 조병규는 한 가지를 더 덧붙였다. “함께하는 사람들의 앙상블도 대본 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경이로운 소문’의 몇몇 역할이 캐스팅 난항을 겪을 때 적극적으로 연기자를 추천한 것도 이러한 신념 때문이다. 조병규는 지청신과 김웅민 역할에 자신이 과거에 함께 작업했던 경험이 있는 배우 이홍내와 김은수를 떠올리고 제작진에게 제안했다.
“작품을 준비하며 지청신 역할과 김웅민 역할의 캐스팅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때 문득 좋은 앙상블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배우들이 생각났어요. 결과적으로는 스태프들도 박수 칠만한 캐스팅이 된 것 같아요. 개인적인 친분으로 두 분을 추천한 것은 아니에요. 두 분 다 작품에서 한 번 정도 호흡했을 뿐 사적으로 연락을 한 적은 없어요.”
2015년 데뷔한 조병규는 지금까지 약 여든 개의 작품을 작업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무너지는 순간도 있었고 지치는 순간도 있었다. 감정 소모도 엄청났다. 그렇지만 한 작품을 마치고 돌이켜 보면 소모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작품을 하며 끝에 닿았을 때 에너지가 충전되는 순간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같이 한 배우, 제작진과 최고의 장면을 만들어냈을 때 얻는 힘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조병규는 “그 힘 원동력 삼아 또 다음 작품을 했다”며 “휴식기를 가지라는 조언도 있었지만, 지금은 일하며 얻는 회복이 더 큰 것 같다”며 웃었다.
“항상 불안에 떨면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처음 연기 시작할 때 주인공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연기하면서도 주인공을 할 수 있겠다고 확신하지 못했어요. 혹여나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래서 지금 저에게 찾아온 순간이 기적 같아요. 그래서 매 순간 이 기적을 놓치기 싫어서 한 장면 한 장면 소중히 여기며 연기해요. 허투루 연기하지 않으려, 이를 악물고 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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