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자사주 5000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손 회장이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주식은 총 10만3127주에 달한다. 손 회장은 지난해 1월과 3월, 4월, 8월, 12월에 이어 올해 8월, 9월, 12월 등 총 8차례에 자사주를 매입했다.
우리금융지주를 외에도 신한·하나금융지주 임원들도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현재 주요 금융지주 CEO가 코로나19 이후 매입한 자사주 수는 총 22만주가 넘는다.
금융권 CEO의 자사주 매입은 통상적으로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내는 수단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또한 기업 펀더멘탈(재무상황)에 대한 자신감과 실적 증가에 대한 자신감도 작용한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은 CEO와 임원들의 몫이 아니다. 국내 금융권은 주주친화 정책에 대해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면서 임원이나 행장들의 자사주 매입은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고작 5000주 추가 매입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묻고 싶다. 사실상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오히려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 국내 금융사는 미국의 투자은행이나 상업은행과 비교해 자체적인 자사주 매입은 미비한 수준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상업은행인 BOA(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4월 약 250억 달러(한화 약 29조66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적이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내년 6월까지 120억달러(한화 약 14조2344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은행주(금융지주)의 배당성향(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은 해외(40%)에 비해 낮은 24%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자사주 매입에도 소극적이다.
국내 금융지주의 외인(외국인 투자자)의 비율이 60~70%를 차지하는 것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에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은행도 (민간기업인 만큼) 자금이 원활하게 조달돼야 금융시장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런 선순환이 이뤄질려면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과 배당성향을 강화해야 한다. 국내 4대 시중은행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만 해도 10조원이 넘는다. 이렇게 많은 현금을 쌓아놓기 보다는 자사주 매입 혹은 충당금을 확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다.
‘배당 잔치’니 하는 일부 여론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주식시장에 선순환과 금융주의 자금조달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은 단순히 자금 투입이 아니다. 오히려 원활한 자금조달(주가 상승)을 위한 동력으로 작용하기에 이러한 순환 구조는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