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후보들이 20대 표심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SNS 스타일도 바꿨다. 핵심 메시지는 ‘짧고 간결하게’였다.
#여성가족부 폐지#더 나은 변화=이재명
#더 나쁜 변화=윤석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6일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라는 단문 공약을 밝힌 뒤 하루 만에 공약과 관련한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단 7글자만이 윤 후보의 페이스북에 업로드됐다.
이후에도 단문 공약은 이어졌다. 공약뿐만 아니라 현 정부 정책과 반대되는 윤석열 정부만의 기조를 짧게 공개하기도 했다. △병사 봉급 월 200만원 △비과학적 방역패스 철회, 9시 영업제한 철회, 아동청소년 강제적 백신접종 반대 △주적은 북한 등이다.
짧은 공약을 발표한 뒤 구체적인 내용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설명했다. 도입 취지, 공약 실현 방법 등을 담아 발표했다. 윤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같은 ‘단문 메시지’에 대해 “짧은 문구로 임팩트 있게 전달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의 단문 메시지는 다른 페이스북 게시물에 비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단문 메시지 게시글은 대부분 ‘좋아요’ 1만건을 넘겼다. 통상 게시물 좋아요 수가 3~7000대를 기록한 것과 달리 큰 호응을 받고 있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도 ‘단문 메시지’ 전략에 탑승했다. 윤 후보를 저격하기 위한 용도였다. 이 후보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더 나은 변화 = 이재명, 더 나쁜 변화 = 윤석열”이라고 적었다. 그간 장문의 페이스북 글을 작성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짧은 글을 통해 윤 후보 저격에 나섰다.
‘30초부터 3분까지’… 유튜브 ‘쇼츠(shorts)’ 대전
짧은 영상으로 제작되는 유튜브 쇼츠 대전도 막이 올랐다.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짧게는 30초, 길게는 3분가량의 쇼츠 영상을 제작해 공약을 홍보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후보는 특히 ‘탈모 공약’ 발표에서 제작한 쇼츠 영상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재명을 뽑는다고요? 이재명은 심는 겁니다”라는 대사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탈모 공약 외에도 게임 등 정책공약을 ‘이재명의 알랴줌(ZOOM)’이라는 시리즈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윤 후보와 토론회를 놓고 극심한 신경전을 벌였을 땐 “토론도 할 겸 한번 만나시죠”라며 제안 영상을 쇼츠로 제작하기도 했다.
윤 후보도 공약을 쇼츠 영상으로 제작해 공개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면 김동욱·박민영·오철환 등 청년 보좌역의 주도로 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준석 대표, 원희룡 선대본부 정책본부장도 함께 출연해 재미를 더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요금 동결, 공영방송 정상화, 체육시설 소득공제 등 생활밀착형 공약을 쇼츠 영상에 담아냈다.
짧고 강렬하게?… 20대는 ‘시큰둥’
단문 공약부터 쇼츠 영상까지 캐스팅 보트로 떠오른 20대 맞춤형 선거유세를 펼치고 있었지만, 실제 청년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대통령 후보로서 신뢰감을 보여주지 못한 채 이슈 몰이용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경기권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 A씨(25·남)는 “대통령선거가 재미있는 사람 뽑는 선거는 아니지 않나”라며 “후보들의 콘텐츠가 재미도 없고, 유익한 것 같지도 않다. 대통령 후보라는 신뢰감을 못 주는데 콘텐츠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취업준비생 B씨(24·여)은 “이런 거 만들 시간에 공부를 좀 더 해서 나왔으면 좋겠다. 사실 단문 공약을 처음 봤을 때 ‘뭐 어쩌라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다”며 “국가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를 설명하려면 좀 더 진중한 태도가 필요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오히려 후보들의 ‘부족함’을 가리기 위해 콘텐츠로 승부하려고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직장인 C씨(27·여)는 “화제성으로 후보를 덮으려는 느낌”이라며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다음 대통령으로는 화려한 사람보다 잘 준비된 사람을 뽑고 싶다”고 말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