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 압박에 식품 인상 철회…“결국은 슈링크플레이션”

물가안정 압박에 식품 인상 철회…“결국은 슈링크플레이션”

기사승인 2023-11-30 06:00:32
사진=안세진 기자

정부의 물가안정 압박에 오뚜기, 풀무원, 롯데웰푸드 등 식품기업들이 연달아 제품 가격 인상을 철회하고 있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서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근본적인 물가안정 대책 없이 기업 책임으로만 떠넘기고 있어 ‘미봉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을 직접 찾으며 가격 안정화를 요청하는 등 물가안정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업체들은 이에 부담을 느끼고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날 풀무원은 초코그래놀라, 요거톡스타볼, 요거톡초코 필로우 등 요거트 3종의 편의점 가격을 올리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당초 풀무원은 오는 12월부터 이들 제품 가격을 2200원에서 2300원으로 100원씩 올릴 방침이었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동참해 가격 인상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롯데웰푸드도 당초 햄 제품인 빅팜의 편의점 가격을 기존 2000원에서 2200원으로 10% 인상할 계획이었으나, 물가안정에 동참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취소했다.

앞서 지난 27일 오뚜기도 3분카레, 케첲 등 총 24종의 편의점 가격을 인상키로 했으나 한나절 만에 철회한 바 있다. 당초 오뚜기는 지난해부터 불거진 원가 인상 요인을 감내해오다가 불가피하게 일괄 가격 조정에 나서려고 했다.


다만 정부의 이같은 가격인상 압박 기조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속속 발생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표적으로는 ‘슈링크플레이션’이 있다.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은 영어로 줄어든다는 의미의 ‘Shrink’와 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물가 상승 ‘Inflation’을 더한 표현이다. 원재료나 인건비 등이 상승할 때 원래의 소비자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되, 제품의 용량이나 품질을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사례로는 CJ제일제당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숯불향 바비큐바’의 중량을 280g에서 230g으로 줄인 것, 해태제과가 ‘고향만두’ 중량을 415g에서 378g으로 줄인 것 등이 꼽힌다.

가뜩이나 지갑이 얇은 청년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마포구에서 거주하는 청년 이모(29)씨는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어 여러 판매처를 비교하며 신중히 고르고 있다”며 “그런데 공지도 없이 양을 줄여버리면 그건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부랴부랴 이같은 행위를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지난 2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슈링크플레이션 근절을 위한 자율협약을 맺었다. 73개 품목을 조사하고 12월 초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의 기업 압박 움직임이 실제로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서민들의 고물가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이고자 결정한 정책이지만 실표성에 물음표가 생기는 실정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식품 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원재료 가격과 에너지 비용 등 전반적인 물가가 상승세인데 판매가격 조정 수단을 모두 동결하라는 것은 기업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당장은 가격 통제가 이뤄질 수는 있겠으나 언제까지 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인 대책 없이 이같은 가격 압박만 이어진다면 어느 순간 이마저도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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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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