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취임부터 준비해왔던 IBK벤처투자가 공식 출범했다. 기업은행은 그간 IBK창공을 통한 스타트업 발굴과 IBK캐피탈을 통한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 지원을 이어왔는데, IBK벤처투자로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중간다리’까지 완성하면서 스타트업 종합 지원체계를 자체적으로 보유하는데 성공했다.
IBK기업은행은 4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IBK벤처투자 출범식을 개최했다.
IBK벤처투자는 지난해 4월20일 발표된 정부의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우리 경제의 역동성 제고와 민간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자본금 1000억원으로 설립됐다. 출범 전 IBK벤처투자는 지난 3월 신기술사업금융업 등록을 완료하고, 초기투자 전문기관인 퓨처플레이와 300억원 규모의 공동펀드 결성을 협약하는 등 본격적인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채비도 마쳤다.
김성태 행장은 개회사에서 “불확실성이 큰 초기 창업 기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면서 시장 기능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부응하고자 IBK벤처투자를 설립했다”며 “IBK벤처투자는 시장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벤처·스타트업의 금융 수요에 적극 대응해 금융지원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IBK벤처투자는 김성태 행장이 2023년 1월 취임하면서부터 준비해온 ‘야심작’이다. 당시 김 행장은 취임사를 통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획기적인 지원 제도 및 서비스를 도입하고 신기술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를 과감하게 확대하겠다”며 “특히 혁신유망기업 육성을 강화하기 위해 벤처자회사 설립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기업은행은 1000억원을 출자해 IBK벤처투자를 설립했다. 국책은행이 국내에 VC 자회사를 설립한 것은 처음이다. 김 행장의 공약 이후 기업은행이 1년간 준비해온 결과물이 IBK벤처투자인 셈이다.
IBK캐피탈이 등록한 신기술사업금융업은 성장성이 높은 신기술사업에 주식 등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벤처캐피탈 업체다. 신기사로 등록하기 위한 최소자본금은 100억원이지만, IBK벤처투자는 이를 크게 웃도는 1000억원을 확보하면서 넉넉한 ‘실탄’을 확보했다. 이는 IBK벤처투자를 통해 출범 초기부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IBK벤처투자는 주로 ‘엔젤투자’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젤투자는 창업하는 스타트업에 필요한 자금을 대고 주식으로 그 대가를 받는 투자형태로 기업 가치를 제고한 후 기업이 상장하거나 인수합병(M&A)에 성공하면 지분 매각 등으로 투자 이익을 회수한다.
김성태 행장이 IBK캐피탈에게 스타트업 대상 엔젤투자 담당을 맡긴 것은 기업은행의 자체적인 스타트업 ‘지원체계’를 갖추게 만들기 위함이다. 김 행장은 경영전략그룹 부행장 시절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IBK창공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바 있다. IBK창공은 초기 스타트업 창업 지원과 엑셀러레이팅을 전문으로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 자회사인 IBK캐피탈이 세컨더리 투자(시리즈A 이후 투자), 프리IPO를 담당하고 있다. 즉 IBK벤처투자의 합류는 IBK창공과 IBK캐피탈의 중간고리 역할을 하게 된다.
이를 순서대로 보면 △IBK창공(초기 지원) △IBK벤처투자(엔젤투자) △IBK캐피탈(시리즈A투자 및 프리IPO) △기업은행(PI, 자기자본 투자) 그림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IBK벤처투자의 사령탑은 외부 전문가인 조효승 대표가 맡는다. 이날 조 대표는 출범식 전 기자들과 만나 “초기·창업기업 중심으로 우선 투자할 것”이라며 정책 벤처사로서의 마중물 역할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기업은행에서는 이번 IBK벤처투자 출범으로 시장 실패 위험이 큰 창업 초기 기업들이 ‘데스밸리(Death Valley)’ 구간을 넘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엔젤 영역에서 과감한 투자를 통해 마중물 역할을 한다면 기업들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경로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벤처투자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