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장마철 금강 수계에 있는 용담댐의 수위 조절 실패에 따른 홍수로 피해를 본 하천 유역 주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재판부가 재차 양측에 화해권고를 제안했다.
그러나 용담댐 운영자인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 측은 하천부지 사용 행위에 대한 엄청난 변화를 주는 결정이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법원의 제안을 거부했다.
27일 대전지법 민사12부 심리로 열린 용담댐 홍수피해 손해배상 소송 4차 변론기일에서 재판부는 피해 주민들과 수공 측 변호인들에게 재차 화해권고 결정의 수용 여부를 타진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과 똑같은 홍수피해 손해배상 판결과 유사하게 결정을 내릴 생각을 갖고 있으며, 우선 화해권고 의사가 있는지 타진해 보겠다”며 “수공은 화해권고 의향이 있으면 다음 기일에 말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화해권고에 대해 이의가 있을 경우 판결 선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날 변론기일에 앞서 원고 측 주민들은 지역 국회의원과 함께 수공 측에 배상청구액 57억9000만원의 64%인 37억여원을 중재안으로 제시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이 중재안으로 제시한 배상액의 64%는 2020년 홍수 당시 하천관리구역 외 주민들이 보상받은 비율을 참고했다.
이에 대해 수공은 하천관리구역 안에 있는 주민들은 하천관리구역 외 주민들과 피해 성격이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하천관리구역 내 토지에선 불법 행위를 하면 안 되고, 경작 허가를 받더라도 보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조건으로 사용 허가를 받기 때문이다.
원고 측 변호인들은 하천관리 구역 경계선이 임의로 작성됐고, 민사소송 측면에서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손해배상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화해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하천관리구역 외 주민들의 피해보상 규모와 비슷하게 판결하겠다는 재판부 의사가 확인됐다”며 “수공은 오히려 재판까지 가는 것보다 화해권고에서 마무리 짓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화해권고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수공은 중재보다 판결 선고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공 측은 “국가기관에서 받아 들 수 있는 상황이면 받아야겠지만 안 되면 항소해서라도 판단을 받아야 한다”며 “하천부지 사용 행위에 대한 엄청난 변화를 주는 결정이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2020년 8월 7∼8일 수공 용담댐지사가 집중호우에 대비해 초당 297.63톤이던 방류량을 하루 만에 2919.45톤으로 급격히 늘리면서 충남 금산·충북 영동·옥천·전북 무주 일대 주택 191채와 농경지 680㏊(헥타르), 축사 6동, 공장 1곳이 침수됐다.
피해를 본 주민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하천·홍수관리구역 외 주민들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화해권고 결정으로 배상을 받았지만, 하천·홍수관리구역 내 주민들은 배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194명은 환경부 배상에서 제외된 주민들이다.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10월22일 오후 3시10분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