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료지원 간호사(전담간호사)들은 숙련 과정 없이 전공의 대신 업무를 위임받아 환자의 안전과 생명에 위해를 끼칠까봐 불안한 마음을 안고 있습니다. 전담간호사들이 병원의 돈벌이 수단, 도구로 여겨지는 현실이 씁쓸합니다. (이성진 해운대백병원 전담간호사)
# 중증 응급환자가 도착했을 때 전문간호사는 기도 확보, 응급 약물 준비, 중환자 분류를 주도하지만 이는 법과 제도 안에서 명시된 권한이 아닙니다. 책임은 무겁고 권한이 불분명한 상황 속에서 전문간호사들은 매순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기보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힘든 선택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박진아 인하대병원 응급전문간호사)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전담·전문간호사들이 그 공백을 메우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간호사들의 피로도는 환자 안전과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수진·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종덕 진보당 의원이 12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공동 주최한 ‘제54주년 국제간호사의 날 기념 현장증언대회’에서 전담·전문간호사들은 전공의 집단 이탈 뒤에 이어진 의료현장의 어려움과 고충을 토로했다.
이성진 해운대백병원 전담간호사는 “지난해 3월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몰래 숨어서 의사 업무를 해왔던 전담간호사들이 꼭 필요한 존재로 각인됐고, 지금까지 70명 넘는 간호사들이 전담간호사라는 이름으로 병원에 증원됐다”면서도 “의사의 위임 업무 범위, 교육, 근무시간 등 구체적 계획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현장에 투입된 간호사들은 큰 혼란과 갈등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 전담간호사는 “충분한 의학 지식과 임상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전담간호사들이 환자에게 처치나 처방을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며, 환자의 생명에 큰 위해를 끼칠 수밖에 없다”면서 “업무 미숙으로 인한 환자·보호자와의 마찰은 일상이 됐다. 전공의의 빈자리를 채워왔던 진료 교수들도 이제는 번아웃이 왔다며 당직 업무를 전담간호사들에게 위임해 간호사들은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진아 인하대병원 응급전문간호사는 중증환자가 집중되는 응급의료센터에 전문성과 판단력을 갖춘 응급전문간호사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응급실이 아닌 타 부서에 배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간호사는 의료법 제78조에 따라 보건·마취·정신·가정·감염관리·산업·응급·노인·중환자·호스피스·종양·임상·아동 등 13개 분야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전문 자격 간호사 직종이다. 응급전문간호사는 응급의료팀과 협업해 심정지, 중증 외상, 쇼크, 패혈증 등 응급 상황에 대처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박 전문간호사는 “중증 외상이나 심정지 환자의 경우 단 몇 분간의 지체가 생명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응급전문간호사의 판단력과 전문성은 생명을 지키는 결정적 수단이 된다”며 “현장에서 응급전문간호사의 활용도는 매우 낮다. 많은 전문간호사가 자격을 취득한 이후에도 전문성에 걸맞은 업무를 부여받지 못하거나, 병원 내에서 자격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이어 “현재 응급전문간호사들이 응급실이 아닌 타 부서에 배치돼 있는데, 이는 간호 인력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환자 안전에도 중대한 위협이 된다”면서 “응급 분야에서 전문간호사의 배치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그 전문성을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운영 지침과 인사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의료기관 및 병동의 특성을 고려해 간호사 1인당 적정 환자 수에 대한 기준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장숙랑 중앙대 적십자간호대학장은 “모든 의료기관에 간호사 정원 신고를 의무화하고, 정기적 실태 조사와 불시 점검을 통해 준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라며 “암 병동 등 중증도가 높은 곳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