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진환 기자] 한화생명이 우리은행의 지분 4%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이날 이사회에서 예금보험공사의 우리은행 과점주주지분 매각 입찰 참여를 의결했다.
한화생명은 우리은행의 최대 주주인 예금보험공사(51.08% 보유)의 지분 중 30%를 4~8%씩 쪼개서 파는 과점주주 매각방식에 참여한다. 정부는 2010년 이후 4차례에 걸쳐 우리은행의 경영권 지분(30%)을 한 곳에 파는 일괄 매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자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지분을 인수해 과점주주로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사외이사 추천권을 확보해 경영에 참여하고 행장 선임권도 갖게 된다.
투자의향서 접수 마감은 23일이다. 이번 입찰에는 보험사와 증권사, 연기금, 해외 자산운용사 및 국내외 사모펀드 등이 참여할 전망이다. 국내 금융사 중에서는 한화생명, 한국금융지주가 입찰에 참여한다. 실사와 본입찰을 거쳐 11~12월 경 낙찰자가 결정될 계획이다. 정부는 10여곳 이상의 투자자들이 투자의향서를 접수하고 대부분이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우리은행 지분 매각공고를 발표한 후 유력한 입찰 후보로 거론되던 교보생명은 최종적으로 입찰을 포기했다. 교보생명도 이날 이사회를 개최하고 우리은행 지분투자에 대해 의결한 결과 “우리은행 지분매각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지난 2014년 우리은행 경영권 인수전에 참여한 바 있다. 그래서 이번 과점주주 매각방식에서도 적극 참여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교보생명은 이번 우리은행 지분인수 결정을 철회한 이유로 IFRS4 2단계 도입 준비와 Solvency2(신지급여력제도)를 꼽았다. 2020년 도입이 계획된 IFRS4 2단계 준비를 위해서는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대규모의 자본확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일 종목에 대한 과도한 투자는 리스크 관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교보생명측 입장이다.
보험업계에서는 한화생명의 우리은행 지분매입이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장기적으로 한화생명의 해외 거점(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은행은 2015년 인도네시아의 현지법인과 인도네시아 30위권 은행인 소다라은행(Bank Saudara)과 합병해, 우리소다라은행(Bank Woori Saudara)을 소유(지분 74%)하고 있다. 또 이미 우리은행과 MOU 체결을 통해 신용보험 등의 방카슈랑스 판매 계획에 있으며 채널 저변 확대에 긍정적일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반면 국내 방카슈랑스 시너지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한승희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은행 지분 인수로 은행 계열 생명보험사처럼 방카슈랑스 채널 활용도가 높아질 수는 있지만 한화생명의 2016년 상반기 방카 채널 비중은 이미 70%로, 업계 단순 평균 47%를 크게 웃돌고 있다”며 “은행계열인 NH농협생명이나 KB생명 보다는 방카 매출 기여도가 낮지만 이 두 회사의 설계사 수가 적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화생명의 국내 시장에서의 방카슈랑스 비중은 이미 높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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