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성일 기자] “제발, 아이들이 즐겁게 코딩을 배울 수 있다면 좋겠다.” 현직에 있는 한 프로그래머의 이 같은 말에는 유아들이 월 200만원짜리 코딩유치원을 다니는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이 짙게 깔려있다. 조기 외국어 열풍에 따른 영어유치원, 중국어유치원의 성황에 이어 학교에서 코딩을 정규과목으로 지정한다고 하니 코딩유치원까지 판을 벌이고 있다.
영유아 사교육은 이미 일반화 된 코스로 자리 잡았다. 올해 초 발표된 육아정책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만 2세의 35.5%, 만 5세는 83.6%가 사교육을 받는다. 만 2세의 주당 사교육 횟수는 2.6회, 1회당 교육 시간은 47.6분이다. 만 5세는 주당 5.2회, 1회당 50.1분을 사교육에 할애했다. 영어학원 등 반일제 이상의 학원에 다니는 만 5세들의 경우 하루 사교육 시간이 무려 6시간 15분에 달한다.
학령인구는 줄고 있지만 영유아 사교육비 규모가 늘고 있는 이유는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입시를 축으로 한 가혹한 경쟁 사회에서 버텨낼 수 있도록 도움이 될 만한 카드들을 일찍부터 하나라도 더 쥐어주고 싶은 것이다. 더불어 맞벌이로 인해 아이를 직접 돌볼 수 없는 여건도 사교육 시장을 확장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많은 부모들이 인지하고 있다. 조기교육으로 인해 자녀의 사회적, 정서적 발달이 저해될 수 있다는 것을. 그러나 발달 단계를 고려해 사교육을 멀리 할 명분이나 계기가 부족하다고 한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가 교육철학을 갖고 중심을 잡아주는 게 중요한데, 그 역할을 못하고 있어 안타까워하는 고민들도 이어진다.
사교육 규제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0세부터 시작되는 사교육을 완성한 것이 다름 아닌 한국 교육의 시스템이다. ‘학교 교육’은 곧 ‘입시’라는 공식을 타개하는 과정이 더 구체화돼야 한다. 때마침 우리 사회에서는 교육 쇄신을 모색하는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일고 있다. 서열화 된 ‘학벌 적폐’가 잇따라 드러난 가운데 대선을 앞두고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탄력을 받는 게 사실이다. 더 늦지 않게, 보다 치열하고 직접적인 논의와 결단이 이어져 개인과 국가가 교육의 기본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밑그림이 마련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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