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그동안 장기불황이 계속되며 사람들이 지갑을 많이 열지 않고, 마트나 복합몰이 들어설 신도시 개발 등의 사업도 완숙기에 들어섰다. 경쟁도 치열해졌다. 그럼에도 가장 어려운 것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등 정치 이슈 때문이다.
특히 최근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 특수에 의존해온 유통업이 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됐다. 면세점은 사드로 해외 관광객이 줄고 매출이 급락하면서 존립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심지어는 최근 공항에 내는 수수료를 감당할 수 없어 수수료를 낮춰달라는 정식 요청을 하고 있다. 알짜로 손꼽히던 면세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298억원을 기록했다.
야심차게 도전했던 해외사업도 줄줄이 악화일로다. 이마트는 영업이 부진한 중국 매장 5곳에 대해 매각을 진행중이다. 롯데마트도 중국 정부의 영업정지 조치를 당해 112곳 중 87곳의 영업이 중단된 상태로 역시 주관사를 선정해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모레퍼시픽도 지난 2분기 영업익이 같은 기간보다 58% 급감했다.
새 정부 들어 발맞춰야 하는 일자리 창출과 통상임금 인상, 경영 효율화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영업이 잘 안 되는 점포는 접고 빠르게 손을 털어야 하는데 좋은 일자리와 통상임금은 높여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법인세도 올라간다. 사회 분위기상 임금의 인상 등은 꼭 필요한 일이라는 데 공감대가 맞춰져 있다. 하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래저래 악재가 더 생겨나는 시점이다.
정치적인 이슈 때문에 경제가 고통받는 이 같은 상황에서 사회 전반의 고통 분담은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정부 차원에서 유통업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마당한 것이 아닐까 한다. 정부는 지금처럼 손 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당장의 타격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세우고, 사드로 타격받는 유통업계에 대해 고통 분담의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최근 이슈 된 인천공항 수수료 감면 등에서도 한시적인 혜택을 주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다.
규제의 합리성과 형평성도 지켜져야 하는 부분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스타필드 고양 기자간담회에서 "복합몰 규제 등 상황이 바뀌는 데 따라 협력하겠다"고 하면서도 가구 전문점인 이케아가 규제를 받지 않는 사례를 들어 형평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규제를 마련하기 전부터 충분한 의견 나눔과 토론으로 입장을 들어 보고 소통을 통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실물경제를 떠받치는 유통업이 휘청하면 정부로서도 타격인 만큼 약간의 양보와 배려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