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중국에 이어 코로나19 감염자수가 가장 많은 국가였던 한국이 이제는 방역 모범국로 꼽히면서 전 세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얼마 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최한 ‘감염병 관리 웹세미나’에는 75개국 1111명의 의료진이 참석해 7177뷰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세미나를 한 차례 더 열기로 할 정도로 세계 각국의 관심이 쇄도하고 있다.
31번 환자를 기점으로 감염환자가 폭증했던 한국이 50여일 만에 신규 확진자수가 20명대로 감소하는 등 ‘방역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국가가 투명하고 꼼꼼한 방역당국의 조치, 빠르고 정확한 진단키트 개발, 아프면 누구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건강보험제도 등을 언급한다. 우리가 크게 인지하지 못했으나 늘 누리고 있었던 우리의 시스템들이다. 정부를 신뢰한 만큼 국민성이 형성되면서, 혹은 그 반대로 서로를 믿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강력한 방역 효과가 나타난 것임을 알고 있기에 국가에 고마움을 느끼는 국민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 가지 더 있다. ‘의료진’의 노력이다. 직업 소명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인 불명의 치료제 없는 감염병을 치료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하지만 감염내과 전문의가 없거나 부족한 곳이 많다보니 일반 내과나 안과, 외과, 산부인과 등 다른 분야 전문의까지 환자를 돌보는 상황이 발생했고, 간호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등도 최일선에서 감염자를 골라내고 치료하며 환자수를 점차 줄여나갔다.
의료진은 국민들의 불안감 해소와 올바른 방역수칙을 알리기 위한 노력도 이어갔다. 국내에 감염병 전문가 수 자체가 적다보니 언론이 찾을 수 있는 전문가도 한정됐는데, 일부는 현장에서 진료를 하며 소통 창구의 역할까지 수행했다. 연일 수 백건씩 쏟아지는 기사에 몇 안 되는 전문가의 멘트가 포함됐다고 생각하면 그들의 업무부담이 얼마나 가중됐을지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은 ‘감염병’ 자체가 공공적인 특성을 지녔고, 누구도 감염에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해왔다. 2015년 발생한 메르스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인력양성, 전문병원 설립 등에 정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꾸준히 제기했지만, “정부는 필요할 때만 감염내과 의사를 찾는다”라고 서운함을 내비칠 정도로 변화는 없었다.
의료진들은 단순히 많은 감염병 환자를 치료한 게 아니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제 일’이라는 이유로 진료에 나선 것이다. 그 속내를 아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국민이 알고 있다면 해결될 수 있을까.
이번 선거 공약에도 ‘감염병’ 관련 내용은 빠지지 않았다. 제2의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의료진의 희생이 필요하다면 이제는 감염병 관련 정책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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