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를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에서 소상공인 부담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환경 정책 후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식당, 카페 등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 조처를 철회한다고 7일 발표했다. 식품접객업 등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사용 금지 조처에 대해선 계도기간을 사실상 무기한 연장했다.
환경부는 2021년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을 개정·공포해 지난해 11월24일부터 시행했다. 시행 규칙에는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의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1년 계도기간이 부여돼 단속과 위반 시 최대 300만원 이하인 과태료 부과가 이뤄지진 않았다.
환경부는 계도기간에 규제 이행 가능성을 점검한 결과,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금지가 제일 이행하기 어려운 조처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1년 계도기간에도 공동체 내 충분한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원가 상승과 고물가, 고금리, 어려운 경제 상황에 고통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규제로 또 하나 짐을 지우는 것은 정부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임 차관은 종이컵 사용 금지와 관련해 “다회용 컵을 씻을 인력을 추가로 고용하거나, 세척기를 설치해야 하는 부담이 늘었다”며 “종이컵을 규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빨대 금지에 대해서는 “대체품인 종이 빨대가 2.5배 비싼 데도 소비자 만족도는 낮다”며 “비싼 빨대를 구비하고도 고객과 갈등을 겪어야 하는 이중고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금지 등에 대한 계도 기간이 정해지지 않아 정책 후퇴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환경부가 규제 이행 대신 ‘불만이 나오니 규제하지 않는다’라고 한 셈이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구체적인 시점은 대체품 시장 상황과 유엔 플라스틱 협약을 비롯한 국제사회 동향을 고려해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종이컵 재활용률을 높이는 방안으로 분리배출을 제시했지만, 분리배출을 유도할 방법은 내놓지 못했다. 플라스틱 빨대 대체품 품질 개선과 가격 안정화와 관련해선 업계와 논의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소상공인에게 다회용품 사용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고 우수매장은 소상공인 지원사업 시 우대하는 방안도 제시했으나, 관계 부처와 협업이 필요한 사안으로 가능성만 열어둔 수준이다.
환경단체는 ‘정부가 일회용품 줄이기를 포기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소비자와 시민들의 목소리는 전혀 듣지 않고 소상공인 뒤에 숨어 정책을 포기하는 환경부를 규탄한다”며 “환경부는 일회용품 규제를 원안대로 시행하고 플라스틱 규제에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