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현욱 9단은 유튜브 채널 ‘이현욱바둑TV’를 통해 지난 9일 밤 ‘하루 건너 반칙선언 한국 바둑규정 문제 없나’라는 제목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해당 방송에서 이 9단은 “규정에도 문제가 있지만, 같은 상황에서 심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면 안 된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국기원 현행 규정을 문제삼았다.
이는 지난 9일 밤 9시35분께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생중계로 진행한 제18기 지지옥션배에서 ‘반칙패’ 사건이 터진 이후 진행한 라이브 방송이다. 신사 팀 다섯 번째 주자로 등판해 3연승을 달리던 양건 9단은 이날도 AI 승리 확률 98%를 돌파하고 약 18집 가량 우세한 국면을 이끌고 있었다.
문제는 패싸움 과정에서 발생했다. 김혜민 9단이 늘어진 패를 버티던 과정에서 국면은 긴박해졌고, 우하 패를 쓴 상황에서 양건 9단이 우상 패를 해소하는 장면이 논란이 됐다.
양 9단은 패를 해소하면서 백돌 7개를 드러내는 상황에서 백돌 1개를 반상에 남겨놓고 말았다. 야속한 초읽기가 재촉을 하자 시계를 먼저 눌렀는데, 이것이 한국 바둑 규정에 위배돼 반칙패를 당하고 말았다.
현행 한국 바둑 규정에는 사석을 들어내는 경우에는 초시계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도록 돼 있다. 따낸 돌을 모두 들어낼 때까지는 착수가 완료된 것이 아니므로, 이 과정이 끝난 이후에 일시정지를 풀고 시계를 눌러야 한다.
하지만 일시정지 버튼이 너무 작고, 초읽기 상황에서 누르기가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를 수반한다. 이현욱 9단은 “두 번 연달아 착수하거나, 팻감을 쓰지 않고 패를 따내는 반칙과 비교했을 때 사석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즉시 반칙패를 선언하는 것은 너무 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9단은 “다른 스포츠 사례를 참고해서 ‘벌점’을 2집 정도 준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규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착수 과정에서 돌을 떨어뜨렸을 때 반칙패가 선언되는 규정 또한 심판에 따라 판정이 바뀌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6일 한국기원에서 진행한 KB국민은행 챌린지 바둑리그 플레이오프에서 목진석 9단은 대국 도중 실수로 착수하려던 돌을 떨어뜨렸다. 떨어뜨린 돌은 당초 착수하려던 곳과 다른 곳에 놓였고, 목 9단은 초읽기가 1초밖에 남지 않은 탓에 시계를 먼저 누른 이후 돌은 이동해 원래 두려던 곳으로 옮겼다.
이에 대해 이현욱 9단은 “지지옥션배에서 최규병 9단이 거의 같은 상황에서 반칙패를 당했다”면서 “당시 상대 대국자가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았고 몇 수가 더 진행된 이후에 갑자기 심판이 개입해 반칙을 선언했는데, 목진석 9단 대국에선 착수 실수에 대해 심판이 문제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9단은 “거의 같은 상황에서 심판이 어떨 때는 적극 개입해 반칙패를 선언하고 어떨 때는 개입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 최대기전인 KB국민은행 바둑리그에서도 양건 9단 반칙패 사례와 동일한 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 중국 용병 양카이원 선수가 양건 9단과 똑같은 실수를 범해 반칙패를 당한 것. 당시 한국 변상일 9단조차 황당해하며 반칙승을 하지 않고 대국을 계속 하겠다고 심판에게 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국기원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돌을 따낼 때, 사석을 2개 이상 들어낸 이후(즉 돌을 따내는 중이라는 의사표시를 한 이후) 일시정지를 누를 수 있고, 다 들어낸 이후에 일시정지 풀고 시계 누르면 된다고 규정에 명시가 돼 있다”면서 “선수들은 규정을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둑룰과 관련해 대부분 프로기사로 구성된 위원회가 엄연히 존재한다”면서 “프로기사들이 규정이 문제라고 생각했다면 진작에 바꾸지 않았겠냐”고 반문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