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민기(73)와 코미디언 장두석(67)이 한날 영면에 들었다.
24일 고(故) 김민기와 장두석이 발인식이 거행됐다. 김민기는 이날 오전 8시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장두석은 같은 시간 서울 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유족, 친지 및 가까운 지인들의 슬픔 속 먼 길을 떠났다.
예술인 산실 이끈 문화계 거목…각계각층서 애도
고 김민기는 국내 예술인들의 요람으로 불리는 학전을 이끌며 문화계 거목으로 꼽힌다. 1951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그는 1970~1980년대 저항가요 ‘아침이슬’, ‘상록수’, ‘가을편지’ 등을 작곡하며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로 통했다. 1991년 3월에는 서울 대학로에 극단 학전을 세웠다. ‘학전 독수리 오형제’로 불리던 배우 김윤석, 설경구, 장현성, 조승우, 황정민과 이정은 등이 학전을 거쳐 갔다. 김광석과 노영심, 윤도현, 정재일 등 음악인들을 빛 보게 한 무대이기도 했다. 김광석은 학전에서만 1000회 넘게 공연을 펼쳤으며, 윤도현은 무명 시절 학전에서 오프닝 무대를 펼치며 가수로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고인은 위암 판정을 받고 오랜 기간 투병해 왔다. 극단 역시 휘청였다. 결국 폐관을 결정한 학전에 수많은 도움의 손길이 쏟아졌다. 배우, 가수 등 50여명이 자발적으로 ‘학전 어게인 프로젝트’ 공연을 펼치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함께했다. 지난 3월 학전이 문 닫은 지 넉 달 만에 김민기는 영원한 안녕을 고했다. 빈소에는 조승우 등 학전에서 활약하던 배우, 가수들은 물론 가수 조영남, 박학기와 소리꾼 장사익, 김부겸 전 국무총리,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용균 전 서울행정법원장 등 각계각층 인사의 발길이 이어졌다. 고인과 학교 선후배 사이로 절친했던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를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도 애도를 전했다. 발인식 후 고인을 배웅하던 이들은 고인의 대표곡 ‘아침이슬’을 부르며 눈물로 작별을 고했다.
“실례 실례~” 1980~1990년대 웃음 전파한 ‘부채도사’
‘부채도사’로 유명한 코미디언 장두석은 1957년 태어나 1980년 TBC 동양방송 제2회 개그콘테스트를 통해 연예계에 발 들였다. 고인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KBS2 ‘유머 1번지’를 통해서다. ‘부채도사’ 코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주가를 높였다. KBS2 ‘쇼 비디오 자키’에선 ‘시커먼스’로 활약했다. ‘실례 실례 합니다~ 실례 실례 하세요~’라는 구절이 그의 대표 유행어다. 2015년 전파를 탄 tvN ‘응답하라 1988’에 등장키도 했다.
가수와 라디오 DJ로도 활약했다. 1990년대에 ‘오늘 밤에’와 ‘초이스’ 등 앨범을 발표하고 무대에 올랐다. 2011~2013년까진 SBS 라디오 ‘유쾌한 주말 장두석입니다’를 진행하며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2013년에는 채널A ‘그때 그 사람’에 출연해 인도 유학 후 명상 전도사로 살아가는 근황을 공개했다. 삶을 왕성히 이어가던 그의 발목을 잡은 건 지병인 신장 질환과 당뇨였다. 병원 신세를 지던 그는 와병 끝에 지난 22일 숨을 거뒀다. 김학래 대한민국 방송코미디언협회장을 비롯해 코미디언 최양락·팽현숙 부부와 동시대 활동한 임하룡, 심형래, 이용식과 가수 이용 등 동료·선후배 들이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