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보호 한도 상향, 대부업 등록 요건 강화 등 민생금융 정책들이 멈춰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 폐기로 국회가 혼란에 빠진 영향이다. 금융당국은 민생금융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관련 법 개정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의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예금보호한도 금액을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다. 여야가 합의한 사안으로 개회를 앞둔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였지만, 갑작스러운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기약 없이 미뤄졌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10일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것이라 예상하고 개정안에 맞춰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계엄 사태 이후 개정안과 관련된 논의들이 모두 정지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예보법 개정안과 함께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대부업법 개정안도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부업법 개정안은 대부업 등록을 위한 자기자본 요건을 개인의 경우 기존 1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법인은 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또한 대부업권에서 꾸준히 요구했던 사항인 ‘미등록 대부업자’라는 명칭을 ‘불법 사금융업자’로 변경하는 사안도 담겨있다.
대부업권 관계자는 “대부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연내 통과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공약 중 하나였던 ‘실손보험 개혁’의 경우 ‘반쪽’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손보험 개혁을 주관하는 금융위원회는 9일 오전 김병환 금융위원장 주관으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금융정책 현안을 당초 일정과 계획에 따라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며 “실손보험 개혁 등 이달 발표하기로 한 대책도 일정대로 진행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참여가 불투명해지면서 제대로 된 개선안이 나오기 힘들어졌다. 금융당국과 보건복지부는 이달 말 비급여·실손보험 개선안을 중심으로 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의료계 불참으로 발표 여부가 불확실해졌다. 병원 단체 3곳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 참여를 중단하면서 의료 개혁 일정이 밀리게 됐기 때문이다.
실손보험 개편은 ‘비급여 관리’와 ‘실손보험 제도개선’ 두 가지 축으로 이뤄진다. 실손보험 제도개선의 경우 금융위에서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계 협조가 필수인 비급여 개혁이 없으면 실손보험 개혁안을 발표한다고 해도 ‘반쪽’ 개혁으로 끝나게 된다.
보험업계에서도 연내 실손보험 제도 개선안 완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2월 중 개최 예정인 공청회에 대한 일정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실손보험 개정안의 핵심은 비급여 누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인데, 해당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실손보험 개정안의 의미가 크게 퇴색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이 실손보험의 누수를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아쉬움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