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네요.”
패션업계가 늦어진 추위와 이르게 찾아오는 여름 등 이상기후부터 고환율, 내수 부진 등에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고물가 등으로 지난해부터 실적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기업들에 악재가 겹치는 모양이다.
1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3823억 원(-2.6%), 영업이익은 3억 원(-97.9%)으로,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이상기후와 소비심리 축소를 꼽았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2조4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영업이익은 1700억원으로 12.4% 각각 줄었다.
게다가 최근 국내 의류회사들은 이상기후로 인해 여름이 길어지고 가을·겨울이 짧아져 FW(가을·겨울) 의류 재고 부담이 커졌다. 급격히 찾아온 한파로 전년 대비 거래액이 급증한 브랜드가 많지만, 더 이른 시기에 소진되어야 하는 겨울 아우터들이 이제야 팔리기 시작했다는 것이 업계 해석이다.
이에 판매처는 막바지 재고 정리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막바지 아우터 수요를 사로잡기 위해 총 70개 브랜드가 참여하는 ‘해외패션 시즌오프’를 진행하고 있으며 롯데아울렛에서도 16일까지 2024년 겨울 상품을 최대 40% 할인해 판매한다. 현대백화점도 23일까지 겨울 이월 상품을 최초 판매가 대비 최대 60% 할인 판매하는 시즌 오프를 진행한다.
여기에 지난해 여름 40도의 폭염을 예측했던 기후학자 김해동 교수가 올해 더위는 4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해 2025 SS 시즌 출고 시점과 재고 관리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의 한 대형 패션기업 관계자는 “사실 브랜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재고 관리다. 그 많은 재고를 관리할 공간과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다 돈이기 때문에, (제품이 남으면) 차라리 태우는 것이 낫다는 말도 한다”며 “재고 관리를 위해 필수적으로 예측해야 하는 것이 물량 수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최근 이상기후 때문에 옷 물량을 예측하기가 매우 힘들어졌다”며 “적어도 이전 시즌에는 다음 시즌 재고를 예측해야 하는데, 날씨가 오락가락해 재고로 남는 의류가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고환율도 악재다. 국내 대부분 패션기업은 원부자재를 수입해 온다. 원부자재 값이 높을 때는 적게 수입하고, 반대로 낮을 때 대량 수입하는 식으로 대응한다. 그러나 의류 생산 규모를 예측하고 미리 확보해야 하는 물량이 정해져 있어 고환율이 지속되면 생산 원가 부담이 커진다는 문제가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 직격탄을 맞은 것은 아니지만, 고환율이 이어지면 여러 방면으로 제품 소매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며 “지금 상황에 가격까지 오르게 되면 소비심리가 더욱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