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 자동차 등 한국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국가핵심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면 최대 65억원의 벌금을 받는다. 유출된 기술이 해외에서 사용될 것을 알기만 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으며,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을 소개·알선·유인하는 브로커도 기술 침해 행위로 처벌하도록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1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 속에 각국이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와 함께 자국의 기술 우위를 지키기 위해 수출통제와 기술 보호 조치들을 대폭 강화하는 가운데 마련됐다.
한국은 지난 2006년부터 관련 법을 제정해 국가의 중요 기술을 산업기술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고 보호해 왔지만, 지난해 국가핵심기술을 포함한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 사례가 23건에 이르는 등 처벌 강화를 포함한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에서는 관리·벌칙 수준을 대폭 강화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의 해외 유출 시 기존 최대 15억원의 벌금을 최대 65억원까지 확대했다.
처벌 대상도 기존에는 해외에 넘기려는 의도(목적)를 가진 경우 이를 입증해 처벌했지만, 유출된 기술이 해외에서 사용될 것을 알기만 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다.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을 소개·알선·유인하는 브로커도 기술 침해 행위로 처벌할 뿐 아니라, 산업기술 침해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한도도 기존 3배에서 5배로 상향했다.
산업부는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기술 유출 범죄를 예방하고 불법으로 취득한 이익을 환수하기 위한 제재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핵심기술 보유 확인제, 보유기관 등록제 등을 개정·신설했다. 기존에는 기업의 신청이 있어야 국가핵심기술로 판정할 수 있었지만, 기술 유출 우려가 크고 보호 필요성이 큰 경우에는 기업의 신청이 없더라도 국가가 직권으로 기업에 판정신청 통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된 기업 등은 ‘보유기관’으로 등록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했다.
만약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을 정부의 승인 없이 불법으로 인수·합병하는 경우에는 정보 수사 기관의 조사 및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심의를 생략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즉시 중지·금지·원상회복 등의 조치 명령을 할 수 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1일 1000만원 이내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였다.
또한 국가핵심기술의 해당 여부를 판정하는 등 기술 심사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심사 기간을 45일로 제한하되, 1회에 한해 45일로 연장했다.
산업부는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오는 4월1일부터 5월12일까지 입법 예고할 계획이다. 이 기간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기관 협의,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심의 등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한 뒤, 산업기술보호법 시행일인 7월22일 이전까지 개정을 마무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