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를 걷고 있어도 불안해야 하는 게 말이 됩니까. 뒤에서 킥보드가 ‘쌩’ 하고 지나가서 깜짝 놀란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시민 A씨는 전동킥보드와 관련한 불편을 이렇게 토로했다. 보행자와의 충돌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의 통행을 제한하는 ‘킥보드 없는 거리’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은 16일부터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거리(일명 ‘레드로드’)와 서초구 반포 학원가 거리 등 2개 구간에서 PM 통행을 낮 12시부터 밤 11시까지 금지한다고 밝혔다.
보행 안전을 위한 실험적 조치인 만큼, 시민들의 기대감도 적지 않다. 서울시는 오는 9월까지 5개월간 시범 운영 후 효과를 분석해 타지역 확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서초구 반포동의 ‘학원가 거리’는 항상 학생들로 붐빈다. 인도도 제대로 없는 길에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신들이 가야 할 학원을 찾아 들어간다. 홍대 레드로드 또한 마찬가지다. 금요일과 주말은 차량 통행이 막히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걸어다닐 수 있다. 이런 특성 탓에 서울시는 도보 인파가 많은 서초구와 홍대 거리를 시범구간으로 선정했다.

시범 운영을 하루 앞둔 15일 기자가 찾은 두 지역에서는 이미 킥보드가 자취를 감춘 모습이었다. PM 통행 금지를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고, 표지판 설치 작업이 이어지고 있었다.
또한 직접 전동 킥보드를 빌려 주행을 진행한 뒤 킥보드 금지 구역에 주차를 시도했지만, 주차 금지 구역으로 나오며 주차가 불가능해 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킥보드 없는 거리에 대한 반응은 대부분 호의적이다. 홍대 레드로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43)는 “레드로드는 차량이 없는 밤 시간대에 보행자가 많이 걷는 곳인데, 킥보드가 빠르게 지나가면서 행인끼리 부딪히는 경우를 자주 봤다”며 “특히 음주 후 킥보드 운전까지 더해져 늘 위험했는데, 그런 문제들이 사라질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반포 학원 거리에서도 긍정적 반응이 나왔다. 학원 강사 함모씨(32)는 “언덕길에 인도가 없는 좁은 골목인데, 그동안 미성년 학생들이 킥보드나 전동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걸 자주 봤다”며 “차량이 주차돼 있으면 사고 위험은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4월부터 킥보드 없는 거리 시범운영이 시작되면서 실제로 PM들이 거리에서 점차 사라졌다”며 “불편함은 있지만 학생들 안전을 생각하면 괜찮은 행정”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PM 통행 금지 구역에서 ‘전동 자전거’들은 그대로 주차되어있거나, 운행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개인이동장치팀 관계자는 “관련법상 PM에는 동력으로만 움직이는 자전거가 해당된다”며 “직접 패달을 밟아 주행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된 전동 자전거는 PM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패달 기능이 있는 전동 자전거까지 통행을 금지할 경우 제약되는 사항들이 많다”며 “이번 킥보드 없는 거리 제도 운영은 가장 위험성이 높은 요소만을 우선 제약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5개월간 홍보와 계도 중심으로 운영한 뒤, 시범 효과를 평가해 타지역으로 확대할지 검토할 방침이다.
